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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견 늘리려 ‘수십명’ 업종 빼고 ‘수십만명’ 업종 추가

등록 2010-10-13 09:48

내 일자리는 어디에 전문계고 졸업반 학생들이 1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열린 ‘청년취업 활성화를 위한 2010 전문계고 일자리 한마당’에서 참가업체들이 제공한 취업정보를 살펴보며 이력서를 쓰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내 일자리는 어디에 전문계고 졸업반 학생들이 1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열린 ‘청년취업 활성화를 위한 2010 전문계고 일자리 한마당’에서 참가업체들이 제공한 취업정보를 살펴보며 이력서를 쓰고 있다. 성남/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비정규직 확대 불보듯…‘2년이상 기간제 노동 허용’ 대상기업 확대
재탕삼탕 대책 수두룩…하도급 법적조처·노무비 삭감 대책 ‘했던 말’
근로시간 탄력제·저축휴가제 ‘긍정적’…급여축소 문제 해소돼야
정부가 12일 내놓은 ‘국가고용전략 2020’은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첫 ‘일자리 종합대책’으로, 노동 유연화로 일자리를 확대하면서도 강력한 차별 시정을 통해 공정하고 역동적인 노동시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할 우려는 뚜렷한 반면, 차별 시정을 위한 대책은 일부 분야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제시한 추진과제의 상당부분이 기존 대책의 재탕이라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 정부 “일자리 늘리겠다”

현재 62.9%인 고용률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는 논란이 일고 있는 파견업종 확대 등과 함께 다각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정부는 관광업 등 계절적 특성이 강한 업종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단위기간을 3달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연장·휴일·야간 노동시간을 휴가로 보상받거나, 이미 사용한 휴가를 연장·휴일·야간 노동으로 대체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휴가제’ 도입 방침도 포함됐다.

노동계 일부에서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새 제도가 노동자의 육체적 피로를 가중시키고 관련 수당 감소로 인한 급여 축소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도록 육아나 질병 등의 사유로 근로시간 단축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전일제 휴직이 아닌 부분 육아휴직(근로시간 단축)을 원하는 여성에게 단축 비율에 따라 휴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이밖에 노사가 합의하는 소정 근로시간을 기존의 절반 아래로 줄이면 한 사람당 1년에 300만원 한도에서 정년연장형 보전수당의 50%를 지원해주는 근로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도 내년에 도입하기로 했다. 근로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수급 대상자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한 ‘내 일자리 프로젝트’도 주목된다.


■ 노동계 “불안정 노동 양산”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32개로 제한된 파견업종의 확대 방침과 관련해 “확대가 아니라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종사 인원이 전국적으로 100명을 밑도는 것으로 조사된 여행 안내 및 주차장 관리 안내 등의 업종을 빼는 대신 수십만명에 이르는 제품·광고 영업직과 경리사무, 웨이터 업종도 파견이 가능하도록 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가 크게 느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여기에 현재 2년으로 제한된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규제의 예외대상에 신설 기업을 포함시킴으로써 불안정 노동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회견에서 ‘신설 기업의 업종과 노동자의 직무를 가리지 않고 확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박 장관은 “앞으로 논의해 보자는 것”이라며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사회학)는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지난 6월 국가고용전략 토론회 때 제시된 안보다 후퇴했다”며 “정부는 공정을 얘기하지만 실상은 유연화를 더 많이 얘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우선 장시간 노동을 해소해야 하는데, 이번 전략에서는 구체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가고용전략 2020 주요내용
국가고용전략 2020 주요내용

■‘재탕, 삼탕’ 비판도 제기

정부가 공정한 노동시장을 위한 대책이라고 발표한 것들 중에는 이미 이전에 내놓은 대책들이 적지 않다. 사내 하도급 문제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인 뒤 법적 조처를 하겠다는 방안은 물론이고, 건설업의 유보 임금과 노무비 삭감 등에 대한 대책도 기존에 발표됐던 것들이다.

심지어 2002년 노동법 개정으로 2011년 7월부터 적용하기로 한 2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40시간 근무제 적용 방침도 포함됐다. 이번 대책을 두고 “기존 대책의 재탕, 삼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노동자의 노무비를 사전에 원가에 반영하겠다는 정책 정도는 눈길을 끈다.

정부가 국가고용전략의 첫 과제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등의 범국민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을 강조한 대목을 놓고는 ‘국가의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노총은 “복지서비스 분야의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보육과 교육, 보건의료와 요양에 대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노동력 공급 확대가 절실하다”며 이번 대책을 ‘함량 미달’이라고 낮게 평가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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