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장관이 주장하는 ‘허울만 좋은 고용전략’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 32개로 제한된 파견 업종의 확대 방침과 관련해 “확대가 아니라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종사 인원이 전국적으로 수십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 여행 안내 및 주차장 관리안내 등의 업종을 빼는 대신 수십만명이 넘는 제품·광고 영업직과 경리사무, 웨이터 업종도 파견이 가능하도록 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가 크게 느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비정규직 확대 불보듯 - 종사자 적은 업종 빼고 수십만명 넘는 업종 추가
여기에 현재 2년으로 제한된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 규제의 예외대상에 신설 기업을 포함시킴으로써 불안정 노동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견에서 신설 기업의 업종과 노동자의 직무를 가리지 않고 확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박 장관은 “앞으로 논의해 보자는 것”이라며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에서 “결국 비정규직을 더 확대하자는 것인데, 정부는 이를 마치 일자리 늘리기인 양 긍정적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관광업 등 계절적 특성이 강한 업종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단위기간을 3달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한편 연장·휴일·야간 노동시간을 휴가로 보상받거나, 이미 사용한 휴가를 연장·휴일·야간 노동으로 대체할 수 있는 ‘근로시간저축휴가제’ 도입 방침도 내놨다. 이를 두고도 노동단체들은 “사용자가 일을 시키고 싶을 때 몰아서 시키고 일이 없을 때는 쉬게 하자는 것으로, 노동자의 육체피로를 가중시키고 휴일·연장 근로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시행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재탕삼탕 대책 수두룩 - 사내 하도급 법적조처·노무비 삭감 대책 ‘했던말’
또 정부가 공정한 노동시장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은 이미 이전에 내놓은 대책들이다. 사내 하도급 문제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인 뒤 법적 조처를 하겠다는 것은 물론이고, 건설업의 유보 임금과 노무비 삭감 등에 대한 대책도 기존에 발표됐던 것들이다. 이번 대책을 두고 기존 대책의 재탕, 삼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노동자의 노무비를 사전에 원가에 반영하겠다는 정도가 눈에 띈다.
“국가 책임회피” 비판 - 정부차원 일자리 창출없이 지자체·민간에 떠넘겨
정부가 국가고용전략의 첫 과제로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등의 범국민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을 강조한 대목도 ‘국가의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인다. 한국노총은 “복지서비스 분야의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보육과 교육, 보건의료와 요양에 대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노동력 공급 확대가 절실하다”며 이번 대책을 ‘함량 미달’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는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지난 6월 국가고용전략 토론회 때 제시된 안보다 후퇴했다”며 “정부는 공정을 얘기하지만 실상은 유연화를 더 많이 얘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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