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연합 봉사동아리 ‘아름’ 회원인 학생들이 지난 9월30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동 혜명보육원에서 아이들과 공부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윗줄 맨오른쪽부터 시계반대 방향으로 이승미(숙명여대 국어국문과3), 양현숙(서울여대 식품공학과3), 곽인경(성신여대 윤리교육과3),이주현(숙명여대 외식경영학과1)씨.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31돌 맞은 대학연합동아리 ‘아름’
졸업생 300여명 모임 이어 결연 보육원 지속적 뒷받침
공부도움 받은 아이가 자라 동아리 멤버로 함께하기도
졸업생 300여명 모임 이어 결연 보육원 지속적 뒷받침
공부도움 받은 아이가 자라 동아리 멤버로 함께하기도
“‘아름’ 언니·오빠들 덕분에 경찰이 되고 싶은 제 꿈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요.”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금천구 시흥동 혜명보육원에서 만난 손민지(17·가명)양은 복잡한 수학 문제가 가득 담긴 시험지를 앞에 두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손양의 맞은편엔 김대겸(25·서강대 물리학3)씨가 손양의 문제 풀이를 도와주고 있었다. 손양은 “열심히 공부해서 경찰행정학과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혜명보육원에서는 손양의 방뿐 아니라 숙소 여기저기에서 ‘특별한 과외’가 진행됐다. 대학생 언니·오빠들은 9살 유경수(가명)군에게는 그림을, 7살 김은호(가명)군에게는 알파벳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매주 목요일마다 혜명보육원 아이들을 찾아오는 이들은 학습지도 봉사활동 동아리 ‘아름’의 회원들이다. 아름은 만들어진 지 31년이나 된 서울지역 대학연합 봉사동아리다. 이 동아리가 30여년이나 이어져온 비결은 1회성 봉사가 아닌 ‘오랫동안 맺어가는 인연’ 덕분이다.
이 동아리는 지금껏 한 보육원을 선택한 뒤 대학생 1명과 보육원생 1명을 연결해 지속적으로 공부를 가르치는 활동을 펴왔다. 혜명보육원과의 인연도 벌써 17년이나 됐다. 곽인경(21·성신여대 윤리교육3) 아름 회장은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3년 동안 한 아이를 가르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멘토 역할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은 모두 20명이다.
아름이 오래 활동할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아름 회원이었다가 대학을 졸업한 선배들의 모임 ‘한아름’의 든든한 뒷받침 때문이다. 직장인 회원 300여명으로 구성된 한아름은 아름의 재정을 뒷받침해주며 혜명보육원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최득실(47) 한아름 회장은 “매년 여름 열리는 아름·한아름·혜명보육원의 연합수련회를 통해 후배들과의 정을 나누고 활동 계획도 논의한다”며 “전통이 깊어지면서 봉사활동의 틀도 그만큼 견고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아름 회원인 박영식(38·우리파이낸셜 차장)씨는 지난달 회사를 설득해 폐암으로 투병중인 혜명보육원생 이기쁨(17·가명)양을 돕기도 했다. 우리파이낸셜은 박씨를 통해 3년 전부터 이 보육원을 지원해왔으나, 이번엔 이양의 치료비로 500만원을 선뜻 내놓은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한살 위인 언니와 함께 보육원에 들어온 이양은 지난해 임파선암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초 암이 양쪽 폐로 옮겨간 게 발견돼 다시 입원했다. 박씨는 “지난여름 수련회에서 이양의 사연을 듣고 회사에 특별히 치료비를 부탁했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혜명보육원 출신으로 대학에 입학한 뒤 아름에 가입해 다시 보육원 후배들의 공부를 돕는 회원도 있다. 이태준(20·홍익대 경제학2)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7년 동안 아름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누구보다 그 고마움을 잘 알고 있다”며 “함께 생활했던 친한 동생들이라 더 즐거운 마음으로 와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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