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차명계좌 50~60개 확인”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의 행보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연휴 직후부터 차명계좌 관리에 관여했던 한화그룹 임직원들을 불러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한화그룹의 비자금으로 보이는 수백억원대의 돈이 처음에 그룹 계열사에서 나와 불려진 정황을 확보하고 이 돈이 그룹 차원에서 불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이 돈이 전·현직 임직원의 이름으로 된 50~60개의 차명계좌에서 10~20년 동안 관리된 점 등을 바탕으로 이 돈이 거쳐간 과정에서 등장하는 300여개 계좌를 따라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한화 계열사 주식에 투자돼 있는 이 돈의 상당한 금액 중 일부가 김승연 회장의 친인척에게서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2004년 한화의 대한생명 인수 로비 의혹을 수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발견된 비자금이 그룹의 이권 확보를 위한 정·관계 로비에 동원됐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사용처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면 한화그룹은, 검찰이 추적하고 있는 돈은 고 김종희 선대회장이 아들인 김 회장에게 물려준 개인재산으로, 불법 로비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검찰과 한화의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문제의 돈은 회삿돈이 결코 아니다”라며 “이번 사안이 정리되면 세금납부 등 (조세와 관련된) 절차는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만간 자금관리에 관여한 한화그룹 임직원들을 차례로 불러 그룹 고위층의 지시 여부를 비롯한 자금의 조성 경위와 사용처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한편 김 회장은 22일 귀국한 뒤 곧바로 그룹 경영진과 이번 사건의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여름철 다보스 포럼 참석을 위해 중국에 갔던 김 회장은 애초 17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일정보다 닷새 늦게 돌아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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