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8명의 주검이 안치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 합동분향소에는 20일 가족들과 군인, 정당 대표 등 정치인들의 조문이 잇따랐다. 사고 현장에 다녀온 유족들은 “언어폭력이 있었다는 국방부의 발표에 의문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일병 수양록 특이사항 없어”
◇…이날 오후 경기도 연천의 사고 현장을 50분 남짓 둘러본 유족 대표 22명은 “현장검증 시간이 너무 짧았다”면서도 “숨진 상병들이 언어폭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조정웅 상병의 아버지 두하(50·유가족 대표)씨는 “총기를 난사한 김아무개 일병의 수양록에는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은 없었다”며 “단지 소대장과의 개인면담록 가운데 ‘괴롭혀서 자살하고 싶다’라는 부분에 빨간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양록과 (면담록 사이의) 차이가 현저하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내무반 사방에 파편 자국과 구멍이 가득했고 병사들이 흘린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며 현장의 끔찍한 모습을 전했다. 한 유족은 “부대시설이 너무 열악하다. 예전과 변한 게 없다”며 전방 경계초소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다. 유족들은 이번 사고에서 생존한 일부 병사들과도 만났다.
◇…오전 11시께 헬기로 병원에 도착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분향한 뒤 빈소로 갔지만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10분도 안 돼 ‘도망치듯’ 빈소를 떠났다. 일부 유족들은 “내 아들 살려내라!”고 외치고, 윤 장관의 차를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김은상 ○○사단장도 “얼굴만 보이고 가면 다냐? 당신 자식 같으면 이럴 수 있느냐?”는 유족들의 항의에 피신하는 소동을 빚었다. 일부 유족들은 조화를 걷어차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숨진 병사들과 나눴던 대화와 추억을 곱씹으며 이들을 떠올리려 했다. 차유철 상병의 어머니 최영애(49)씨는 “유철이가 4월에 휴가를 나와 ‘군대에서 이발 기술을 배웠다’기에 ‘나중에 이발소 차리면 되겠구나’ 했더니 ‘이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남 순천에서 고교를 나온 차유철, 김인창 상병과 충북대를 다니다 입대한 조정웅, 박의원 상병은 동향·동기로 서로 의지하며 힘든 군생활을 이겨낸 것으로 밝혀져 가족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 인권위, 사고현장 조사 착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조사관 3명을 사고 현장에 보내 사고 배경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인권위는 “우선 사고를 낸 김 일병에 대한 구타나 가혹행위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게 조사 목적”이라며 “부대에서 병사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있었는지 등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19일 김 일병을 면담해 사고 경위 등에 대한 1차 조사를 벌였다. 김남일 이본영 기자 namfic@hani.co.kr
한나라 “안보 강화”, 민노당 “인권 강화” 여야 각 당은 20일 최전방 총기사고에 대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이런 속에서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은 안보상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등 정치공세를 폈고, 민주노동당은 군 인권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등 시각차를 드러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중앙상임위원회에서 “이런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는 것은 군 기강과 안보 상황에 큰 허점과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책임이 있는 곳은 책임을 단단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안보 청문회를 열어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계속 정신을 못차린다면 국방장관 해임 문제나 내각 전체 (사퇴) 문제 등으로 넓혀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국방부장관 해임건의안과 내각 총사퇴결의안의 제출을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에서 김승열 국방부 차관보 등으로부터 사건 보고를 받고,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면적이고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사건에 대한 철저한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식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브리핑에서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여야 정당에 상관없이 국회 차원의 합동진상조사단을 구성한 뒤 사건의 전말과 진실에 대해 명백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총기난사 사건은 단순히 한 초소 근무병력의 기강해이가 아니라, 정부의 왜곡된 안보관이 초래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심상정 민주노동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참극을 안보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이며, 군대내 인권이 핵심”이라고 지적한 뒤, “민간이 참여하는 실질적인 군 인권 감시기구의 구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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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안보 강화”, 민노당 “인권 강화” 여야 각 당은 20일 최전방 총기사고에 대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이런 속에서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은 안보상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며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등 정치공세를 폈고, 민주노동당은 군 인권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등 시각차를 드러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중앙상임위원회에서 “이런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는 것은 군 기강과 안보 상황에 큰 허점과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책임이 있는 곳은 책임을 단단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안보 청문회를 열어야 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계속 정신을 못차린다면 국방장관 해임 문제나 내각 전체 (사퇴) 문제 등으로 넓혀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규택 최고위원은 국방부장관 해임건의안과 내각 총사퇴결의안의 제출을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에서 김승열 국방부 차관보 등으로부터 사건 보고를 받고,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면적이고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사건에 대한 철저한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오영식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브리핑에서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여야 정당에 상관없이 국회 차원의 합동진상조사단을 구성한 뒤 사건의 전말과 진실에 대해 명백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이번 총기난사 사건은 단순히 한 초소 근무병력의 기강해이가 아니라, 정부의 왜곡된 안보관이 초래한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심상정 민주노동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참극을 안보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이며, 군대내 인권이 핵심”이라고 지적한 뒤, “민간이 참여하는 실질적인 군 인권 감시기구의 구성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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