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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폭염찜통’ 쪽방촌, 사선에 선 독거노인

등록 2010-08-22 19:47수정 2010-08-22 19:52

지난 20일 오후 4시께 박순례(94) 할머니가 사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한 평 남짓한 방 안 온도가 31.8도를 가리키고 있다. 습도도 86%나 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20일 오후 4시께 박순례(94) 할머니가 사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한 평 남짓한 방 안 온도가 31.8도를 가리키고 있다. 습도도 86%나 됐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돈암동 19가구 실내 31.5도…서울 실외 평균보다 3.2도↑
혈압 떨어뜨려 생명 위협 “간호사 방문 정기검진 필요”
올해 처음으로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지난 20일 오후 3시.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있는 박순례(94)씨의 1평(3.3㎡) 남짓한 방 안 온도계는 31.4도를 가리켰다. 사람 몇이 들어서자 금세 31.8도로 올랐다. 습도도 86%나 돼, 가만히 있어도 이마와 콧등에선 땀방울이 연방 흘러내렸다. 골목 쪽으로 손바닥만한 창문이 하나 나 있는데도 이 정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쪽방 인근에서 건어물 노점을 하던 박씨는 “너무 더워서 지금은 안 해”라고, 이 하나 없는 잇몸으로 말했다.

이웃 홀몸노인들이 대개 그렇듯 박씨도 고혈압과 기침, 가래를 달고 산다. 인근 ‘쪽방촌 사랑의 쉼터’에 가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지만, 90년 넘게 혹사당한 그의 허리와 다리는 시키는 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그의 유일한 피서법은 방 앞 한평이 채 안 되는 넓이의 공동 세면장에서 하루 한두번 수돗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다.

박씨의 이웃인 김병학(74)씨도 “올해처럼 더운 여름은 처음 봐. 빨리 겨울이 오면 좋겠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겨울에는 보일러와 내복, 두꺼운 이불이 위로가 되지만 여름엔 도무지 답이 없다는 그는 당뇨와 고혈압을 앓고 있다.

더위 탓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노인들이 잇따라 보고되는 가운데, 폭염 속 쪽방촌 홀몸노인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첫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소장 안병옥)와 성균관대 사회의학교실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2주일 동안 서울 돈의동 쪽방촌 홀몸노인 19가구 20명을 대상으로 폭염 노출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사는 방 안의 실내온도가 평균 31.5도를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시 평균 바깥 기온(28.3℃)에 비해 3.2도나 높은 수치로 정부가 권장하는 실내 냉방온도 26도보다도 5.5도나 높다.

돈의동 쪽방 실내온도와 서울시 대기온도 평균·쪽방 주민들이 더울 때 느끼는 증상
돈의동 쪽방 실내온도와 서울시 대기온도 평균·쪽방 주민들이 더울 때 느끼는 증상

특히 이들 가구의 오전 평균 기온은 31.1도에 달해 노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더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습도도 권장 기준보다 14% 가까이 높은 73.8%나 됐다. 단열과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낡은 집 구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사 기간 동안의 평균 불쾌지수는 누구나 가만히 있어도 불괘감을 느끼는 84.2였다.

실내온도가 1도 오를 때 이완기 혈압은 젊은층에 비해 5배나 많이 떨어졌다. 김영민 성균관대 사회의학교실 연구원은 “혈압이 낮아지는 증상은 기절이나 열피로, 고체온증 사망과도 연관이 있다”며 “이들에게 시원한 물과 영양분을 주기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간병인이나 간호사가 자주 방문해 건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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