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피해자 김종익씨
총리실, 컴퓨터하드 파괴
국가에 대한 신뢰 추락시켜
총리실, 컴퓨터하드 파괴
국가에 대한 신뢰 추락시켜
민간인 불법사찰의 피해 당사자인 김종익(56·사진) 전 엔에스한마음 대표는 11일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대해 “누구를 기소하는가의 문제보다, 무슨 목적으로 사찰이 이뤄졌는지를 밝혀야 한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실무자들에 대한) 범죄 혐의는 드러났는지 몰라도, 범죄의 동기가 밝혀지지 않아 허무하고 슬프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내 문제는 나를 사찰한 행위자들을 기소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불법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들에게 지시한 ‘윗선’ 수사는 내가 아니라 한국사회가 지닌 상식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검찰 수사의 미진함을 지적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총리실의 증거인멸 행위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총리실에서 전문가까지 동원해 나라에서 지급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괴한 것은, 국가기관이 해서는 안 될 행위이고 국가에 대한 신뢰를 다시 한 번 추락시킨 행위”라며 “검찰 수사는 하드디스크를 파기한 지점에서 더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공허한 말씨름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원관실에 대한 때늦은) 압수수색과 자료 파괴가 검찰과 국무총리실의 사전 조율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국민인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국가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신뢰마저 버려야 하기 것이기 때문에 괴롭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김 전 대표에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기소유예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찰의 불법성이 검찰 수사에서 어느 정도 밝혀졌기 때문에, 내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던 검찰의 논리도 함께 허물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준현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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