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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고] “북 6살이하 30% 만성 영양부족…방치해선 안돼”

등록 2010-07-25 18:50수정 2010-07-26 16:40

2008년 평양의대어깨동무소아병동에서 북한 의사들과 어린이 환자를 공동 진료하고 있는 최용 교수.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2008년 평양의대어깨동무소아병동에서 북한 의사들과 어린이 환자를 공동 진료하고 있는 최용 교수.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의료지원 다녀온 최용 교수
맥주병에 담긴 수액 맞는 어린이병동 현실 심각
2005년 11월25일, 어린이어깨동무의 일원으로 평양의학대학병원에 들어섰습니다. 어린이병동 환경 개선을 위한 사전답사가 목적이었습니다. 병동은 1950년대에 기숙사로 지은, 아주 낡고 복도가 좁은 건물에 있었으며, 여러 환자들이 입원해 있었습니다. 백혈병 환자도 있었으나, 치료 약품이 없어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여름철에는 설사 환자들이 많아서 한 침대에 둘씩 입원시키기도 한다고 하였습니다. 한 아기가 설사 때문에 수액을 맞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수액은 맥주병에 담겨 있었고 누런 고무줄로 연결하여 주입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아주 예외적이라는 평양 한복판에서조차 이런 모습을 보니, 지방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북한의 어린이들이 영양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기구와 평양어린이영양연구소가 합동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6살 이하 어린이들의 약 3분의 1이 만성 영양부족으로 키가 작고, 20% 이상의 아이들이 저체중을 보인다고 합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거의 절반의 어린이들이, 평양에서도 네 명 중 한 명이 만성적으로 영양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한 사회의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5살 이하 어린이 사망률이 북한은 1000명당 55명(태어난 아기들의 5% 이상이 5살 이전에 사망한다는 통계. 우리나라는 5명)으로 매우 높습니다. 사망 원인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설사와 폐렴 등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잘 먹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또 평양어린이영양연구소의 의사·약사들과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요오드 결핍이 산골 지역에서는 상당히 심각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오드 결핍이 심한 아기들은 크레틴병(cretinism)이 생겨, 발육이 늦어지고 지능이 낮아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됩니다. 그래서 유니세프 등에서도 예방약인 요오드 캡슐을 공급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어린들의 요오드 결핍 실태가 제대로 파악되고 필요한 조처가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양부족이 심하면 지능지수가 10% 정도 떨어질 수도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은 기본적인 인도적 행위이지만, 앞으로 통일 한국을 기대한다면 실제적으로도 이런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됩니다. 정부는 가능한 한 미리 여러 정황을 설정하여 대비해야 할 것이며, 일반 국민들도 이러한 사실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용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전 서울대병원 소아진료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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