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토머스가 지난 9일 밤 삼촌네 흙집 부엌에서 램프를 켠 채 공부를 하고 있다. 뒤편으로 보이는 모기장이 스티븐이 잠자고 생활하는 방이다. 차주용 사진작가 제공
3만5천명 사는 지역에
초등학교는 달랑 2곳뿐
당장 먹고 살 돈 없어도
“공부만이…” 뜨거운 향학열
초등학교는 달랑 2곳뿐
당장 먹고 살 돈 없어도
“공부만이…” 뜨거운 향학열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희망을 ③]
지난 9일 만난 스티븐 토머스(14)의 집엔 책상이 없다. 대신에 그는 무릎을 책상 삼아 공부한다. 공부를 도와줄 부모님도 없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각 2000년, 2001년 에이즈로 숨졌다. 함께 사는 삼촌과 숙모의 일을 돕느라 학교에 못 가는 날도 있다. 식구는 다섯인데, 수입은 삼촌이 근처 밭일을 해 벌어오는 하루 1500~2500탄자니아실링(약 1294~2157원)이 전부다.
스티븐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것은 공부다.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대학도 가고 멋진 군인도 되고 싶다. 탄자니아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려면 1년에 5000탄자니아실링(약 4315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삼촌네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처지에다 낡은 교복을 새로 사기 어려운 형편이라 1년 회비는 그에게 큰 부담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스티븐은 지난해 직접 교장 선생님을 찾아갔다. “제가 고아여서 학교에 ‘회비’를 낼 수 없지만 학교에 다니고 싶습니다.” 사정을 딱하게 여긴 교장 선생님의 호의로 그는 지금까지 학교에 다녔다.
학용품이나 교복·신발을 마련하는 것도 걱정거리였는데, 요즘엔 그마저도 사치스런 고민이 돼버렸다. 스티븐네 가족이 사는 흙집 땅주인이 계속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를 떠나야 할 것 같은데, 그럼 학교를 더 다닐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이에요.”
아유부 베다스토(12)는 아침 6시에 집을 나선다. 아유부가 다니는 학교인 나카상궤 초등학교는 집에서 1시간30분 거리에 있다. 키 높이만한 옥수수 숲을 헤치고, 포장되지 않은 흙길을 매일 다닌다. 우기에는 흙이 쓸려 내려가 길이 아예 없어지거나 큰 물웅덩이가 생겨 곤란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 아유부는 엄마, 두 남동생과 단칸 나무집에 산다. 바닷가에서 생선을 떼어다 파는 엄마가 하루에 버는 돈은 2000탄자니아실링(약 1726원) 정도다. 아유부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학교에 가는 이유는 공부만이 꿈을 이룰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좋은 직업을 갖고 돈을 많이 벌려면 결국 공부밖에는 없거든요.”
전기도, 수도도 없는 집에 사는 5학년 아유부는 입학 뒤 한 번도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 하지만 엄마는 ‘영양가 있는 음식’과 ‘제대로 된 교육’을 해주지 못해 언제나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스티븐과 아유부가 사는 다르에스살람의 마달레 지역 인구는 3만5000명인데, 이 가운데 미성년자가 1만1000명에 이르지만 초등학교는 2개뿐이다. 2002년 전까지는 초등학교도 없었다. 헬레나 린지 나카상궤 초등학교 교장은 “당장 먹고살 돈도 없는 상황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잘 보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르에스살람/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한겨레>와 국제구호개발 민간단체(NGO) ‘굿네이버스’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을 맞아 가난으로 고통 받는 그곳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치어 업, 아프리카’(Cheer up, Africa!) 캠페인을 함께합니다. 아프리카 아이들과 일대일 결연을 맺어 후원할 2010명의 희망 서포터스를 모집합니다. 문의 (02)6717-4000, www.gni.kr.
아프리카 어린이에게 희망을 ③
스티븐과 아유부가 사는 다르에스살람의 마달레 지역 인구는 3만5000명인데, 이 가운데 미성년자가 1만1000명에 이르지만 초등학교는 2개뿐이다. 2002년 전까지는 초등학교도 없었다. 헬레나 린지 나카상궤 초등학교 교장은 “당장 먹고살 돈도 없는 상황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잘 보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르에스살람/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한겨레>와 국제구호개발 민간단체(NGO) ‘굿네이버스’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을 맞아 가난으로 고통 받는 그곳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치어 업, 아프리카’(Cheer up, Africa!) 캠페인을 함께합니다. 아프리카 아이들과 일대일 결연을 맺어 후원할 2010명의 희망 서포터스를 모집합니다. 문의 (02)6717-4000, www.g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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