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비새는 흙집서도 ‘제2의 드로그바’ 꿈은 큰다

등록 2010-06-11 19:34

주마은네 나소로(13·왼쪽)와 동생 이사(9)가 자신들에게 축구공과 축구화 등을 선물한 배우 이정진(굿네이버스 홍보대사)씨와 함께 공을 차며 드넓은 초원을 질주하고 있다. 차주용 사진작가
주마은네 나소로(13·왼쪽)와 동생 이사(9)가 자신들에게 축구공과 축구화 등을 선물한 배우 이정진(굿네이버스 홍보대사)씨와 함께 공을 차며 드넓은 초원을 질주하고 있다. 차주용 사진작가
부모 잃고 동생은 폐결핵
외할머니와 근근이 살지만
틈만나면 맨발로 비닐공 차
배우 이정진 축구용품 선물
“유명선수돼 은혜 갚을 것”
[아프리카 어린이에 희망의 골을 ①]
‘1대1 결연’ 2010명의 희망 서포터스 모집

<한겨레>와 국제구호개발 민간단체(NGO) ‘굿네이버스’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을 맞아 가난으로 고통 받는 그곳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치어 업, 아프리카’(Cheer up, Africa!) 캠페인을 함께합니다. 아프리카 아이들과 1 대 1 결연을 맺어 후원할 2010명의 희망 서포터스를 모집합니다. 문의 (02)6717-4000 www.gni.kr

주마은네 나소로(13)는 자기 방이 없다. 우기(3~5월) 때면 빗물에 씻겨 내려가는 흙집에서 외할머니, 동생 이사(9)와 함께 누워 잔다. 셋이 누우면 방이 꽉 찬다. 지난 7일에 찾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테게타 마달레에 있는 그의 집엔 빛은커녕 바람조차 들지 않았다.

그러나 축구를 할 때만은 주마은네의 발이 닿는 푸른 초원 어디라도 자신의 공간이 된다. 틈만 나면 공을 차는 주마은네의 꿈은 축구선수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외할머니와 큰이모네 부부와 함께 살지만, 다섯 가족의 수입은 큰이모부가 품을 팔아 벌어오는 하루 2000여 탄자니아실링(약 1726원)이 전부다. 앞이 다 떨어진 슬리퍼와 닳아 해진 교복을 그대로 신고 입는다. 이날도 주마은네는 구운 옥수수 하나로 끼니를 때웠다. 동생 이사는 폐결핵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한 지 오랜데, 아직 병원에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아보지도 못했다.

축구를 언제부터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축구는 아버지가 가르쳐줬고, 지금은 자신이 아픈 동생에게 축구를 가르친다. 하지만 주마은네에게는 축구공도 축구화도 없다. 비닐을 모아 만든 비닐공과 튼튼한 맨발이 있을 뿐이다. 축구선수 디디에 드로그바(첼시FC)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지만, 정작 텔레비전이 없어 경기는 몇 차례밖에 보지 못했다. 축구 중계를 보려면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친척네 집에 가야 한다.

축구는 탄자니아에서 가장 흔한 놀이다. 공터가 있는 곳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나무 두 개를 골대 삼아 비닐공을 굴린다. 주마은네가 다니는 키사우케 초등학교 아이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것은 ‘학용품’과 ‘축구공’이다. 주마은네도 ‘옷, 신발’과 함께 ‘축구공’을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이라고 수줍게 말했다. 가방조차 없어 비닐봉지에 공책을 넣고 다녀도, 축구는 포기할 수 없는 꿈이다. 마이클 에시엔(첼시FC)의 말처럼 ‘축구는 아프리카의 꿈이며 삶의 일부’다.

그 주마은네의 작은 꿈 하나가 이뤄졌다. 굿네이버스 홍보대사인 배우 이정진씨가 7일 그가 다니는 학교를 찾아왔다. 태어나 처음으로 축구공을 갖게 됐고, 태어나 처음으로 축구화에 축구복·축구양말까지 선물로 받았다. 다르에스살람 시내의 대형마트에서 아디다스 축구공은 5만7000탄자니아실링(약 4만9203원)이다. 이모부가 받는 하루 일당의 28배다. 2000실링이 없어 새 신발은 엄두도 못 내던 그에게 축구공은 그야말로 꿈이었다. 이날 주마은네는 “유명한 축구선수가 돼서 다른 사람들에게 축구 잘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다”며 축구공을 몰고 초원을 내달렸다.


월드컵을 누구보다 기다렸던 탄자니아 사람들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직접 경기를 보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관광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입장권을 구입한 외국인 23만명 가운데 아프리카인은 5% 수준인 1만1300명이라고 밝혔다. 세계인의 축제가 아프리카에서 열리지만, 전세계 최빈국 49곳 가운데 약 70%인 33개국이 아프리카에 몰려 있다. 주마은네도 월드컵이 올해 열린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작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다르에스살람/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이진우, 윤석열 폭음 만찬 직후 ‘한동훈’ 검색…11월 계엄 준비 정황 1.

[단독] 이진우, 윤석열 폭음 만찬 직후 ‘한동훈’ 검색…11월 계엄 준비 정황

곽종근 “윤석열, 정확히 ‘의원’ 끌어내라 지시…의결정족수 언급” [영상] 2.

곽종근 “윤석열, 정확히 ‘의원’ 끌어내라 지시…의결정족수 언급” [영상]

[단독] 여인형 메모 속 “ㅈㅌㅅㅂ 4인 각오”는 지작·특전·수방·방첩 사령관 3.

[단독] 여인형 메모 속 “ㅈㅌㅅㅂ 4인 각오”는 지작·특전·수방·방첩 사령관

오늘 퇴근길 최대 10㎝ 눈…입춘 한파 일요일까지 4.

오늘 퇴근길 최대 10㎝ 눈…입춘 한파 일요일까지

707단장 “곽종근, 일부러 소극 대응…내란은 김용현 탓” 5.

707단장 “곽종근, 일부러 소극 대응…내란은 김용현 탓”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