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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진보적 자유주의, 야권묶을 사상적 키워드”

등록 2010-06-11 19:20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림홀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의 한국적 함의’를 주제로 연 제1회 대안담론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순성 동국대 교수,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 김종걸 한양대 교수, 정석구 <한겨레> 논설위원.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림홀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의 한국적 함의’를 주제로 연 제1회 대안담론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순성 동국대 교수,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 김종걸 한양대 교수, 정석구 <한겨레> 논설위원.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안담론포럼’
합리적 복지국가·합의제 민주주의 구현해야 실현 가능
한국의 자유주의는 불행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엔 반공주의의 동의어였고, 민주화 이후에는 시장지상주의와 등치됐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자유주의의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진보적 자유주의’ ‘사회적 자유주의’ 같은 담론들이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1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가 주최한 제1회 대안담론포럼의 주제도 진보적 자유주의다. 여기엔 인류가 성취한 사상적 자산을 보수파가 전유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진보진영의 자각이 담겨 있지만, 현실적인 정치적 필요성 또한 작용하고 있다. 진보적 자유주의가 최근 본격화된 야권통합 논의에서 사상적 촉매제가 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다. 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과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진보정당 사이에서 이념적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민주당 쇄신모임의 천정배 의원이 “진보적 자유주의야말로 사분오열된 야권을 하나로 묶어낼 사상적 키워드”라고 평가한 대목에서도 확인된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연합정당론’을 제기하는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반향을 얻고 있다. 지방선거 운동기간이던 지난달 말 정상호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은 안락사의 공멸이냐 아니면 진보적 자유주의 정당으로 탈바꿈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와의 적극적 연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양한 이념의 정치세력을 포괄하는 미국 민주당 모델에서 대안을 찾는 정치권 외곽의 ‘386’ 그룹에서도 진보적 자유주의가 갖는 정치적 ‘접합력’에 주목한다.

이런 진보적 자유주의를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는 “사회적 평등과 경제적 평등의 확대를 사회발전 목표로 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 자유주의를 수용하는 이념”으로 정의한다. 그 특징은 △인간의 불완전성 인정 △정치적 자유주의의 수용 △자본주의 시장경제 인정 △불공정 분배, 실업, 환경훼손 등 자본주의의 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정부 역할 인정 등이다. 이 교수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합리적 복지국가’라고 본다. 합리적 복지국가는 국가를 과신하지 않고, 국가의 실패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한다는 점에서 ‘순진한 복지국가’와 구별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진보적 자유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합의제 민주주의’와 ‘조정 시장경제’를 제안했다. 합의제 민주주의는 승자독식의 다수제 민주주의의 폐해를 막고 권력의 분점을 제도화하기 위해, 조정 시장경제는 자유시장의 실패를 막고 평등의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합의제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위해선, 소선거구제 대신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를 채택해야 한다”며 “이런 시도는 사회합의주의의 발전을 매개로 합의제 조정 시장경제를 촉진하는 효과까지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1세기 한국에서 자유주의 정치이념이 갖는 의미를 되짚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자유주의가 근본적으로 진보와 친화성을 갖는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념과 이론이 아니라, 현실 속의 권력과 사회경제적 자원을 약자와 소외층의 권익을 증진하는 구체적 행위의 차원에서 진보를 정의한다면 한국 현실에서 자유주의는 진보 이념에 가깝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천정배 의원은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취약한 사회경제적 진보성의 차원 뿐 아니라, 최근 전자발찌 소급입법 찬성 당론에서도 드러나듯 자유주의적 가치에 있어서도 철저하지 못한 한계를 보여왔다”며 “두 개의 가치 영역에서 당의 혁신 없이는 진보세력과의 연대도 연합도 무망한 일”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공존하는 상생의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선 진보든 보수든 자유주의적 가치를 내면화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며 “미네르바와 김제동의 입을 막고, 전교조 명단 공개를 강행하는 한국의 보수정당으로선 협소한 자유주의, 좌파에 맞서는 대항이데올로기로서의 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세영 이유주현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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