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군 합동조사단은 20일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 이른바 ‘스모킹 건’을 제시했다. 천안함이 침몰한 해역에서 수거한 어뢰의 프로펠러와 추진모터가 북한이 해외에 수출할 목적으로 배포한 어뢰 소개 자료의 설계도에 명시된 내용과 일치하고, 추진체 뒷부분 안쪽에 적힌 ‘1번’이라는 한글 표기가 북한의 어뢰 표기방법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조단의 이런 확신에 찬 발표에도 일각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합조단이 공개한 ‘스모킹 건’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어뢰 부품이 천안함 폭발 이전에 북한에서 조류에 의해 흘러내려왔을 가능성도 있으며,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가스터빈실에 대한 조사가 미비해 이번 조사 결과가 여러 변수들을 고려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결론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 잠수정의 침투 경로와 어뢰 발사, 도주 과정을 적시하지 못한 것도 발표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합조단의 발표를 보면 가장 직접적으로 어뢰 공격을 받은 곳은 천안함의 가스터빈실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분석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군 당국이 천안함 폭발 당시 분리돼 가라앉은 가스터빈과 가스터빈을 감싸고 있는 격실을 인양한 것은 지난 19일로, 불과 하루 전이기 때문이다. 어뢰 폭발이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라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가스터빈실에 대한 분석은 필수적인데도 그럴 만한 시간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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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제 어뢰를 확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파편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남는다. 파편의 재질 자체가 너무 낡아 오래 전에 떠내려와 가라앉은 것일 수도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군 내부에서조차도 이 파편이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지를 두고 신중론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조단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가 북한에서 제조한 고성능 폭약 250㎏ 규모의 어뢰이며, 일부에서 제기한 좌초, 피로 파괴, 충돌, 내부폭발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군은 천안함이 받은 피해와 같은 규모의 충격을 줄 수 있는 200~300㎏ 규모의 직주어뢰와 음향 및 항적유도 어뢰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조단은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천안함 희생자들에게서 파편상이나 화상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여전히 다른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구성된 다국적 연합정보분석 태스코포스가 북한 잠수정의 침투 및 도주 경로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다국적 태스크포스는 서해의 북한 해군기지에서 운용되던 일부 소형 잠수정과 이를 지원하는 모선이 천안함 침몰 2~3일 전 기지를 이탈했다가 천안함 침몰 2~3일 후 복귀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경로는 제시하지 못했다.
e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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