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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요리사 꿈 키워줘 감사” 보은의 칠절판

등록 2010-05-14 21:28수정 2010-05-14 21:29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고교 진학조차 포기하려 했던 최소라(가운데)양이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요리사의 꿈을 갖게 해준 성남우리공부방 이현숙 선생님(왼쪽)을 찾아 자신이 요리한 칠절판을 대접하고 있다.  성남/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고교 진학조차 포기하려 했던 최소라(가운데)양이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요리사의 꿈을 갖게 해준 성남우리공부방 이현숙 선생님(왼쪽)을 찾아 자신이 요리한 칠절판을 대접하고 있다. 성남/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성보정보고 최소라양
스승의 날 ‘특별한 선물’

어려운 형편에 꿈잊고 살아
공부방 이현숙 교사 주선
공익재단 지원 이끌어내

초등생 요리강습하며 공부
성적 쑥쑥 “호텔요리과 진학”

‘탁 탁 탁 탁.’

오이를 가지런히 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14일 오후 1시 경기 성남시 태평동 ‘성남우리공부방’의 비좁은 주방에서 최소라(17·성보정보고 2)양이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칠절판을 만들고 있었다. 칠절판은 우리나라 전통 한식인 구절판에서 2가지의 재료를 뺀 음식이다. 최양은 “어릴 적부터 꿈꿔오던 요리사라는 직업에 가까이 다가가게 해준 공부방 선생님에게 드릴 따뜻한 밥 한끼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얘, 이거는 내가 못하겠다.”

최양을 열심히 보조하던 이현숙(42) 성남우리공부방 교사는 날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나누다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 교사는 “소라가 매일 밥을 해먹는 저보다 요리를 잘하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양은 7살 때 부모님이 별거한 뒤부터 오빠와 함께 밥을 지어 먹었다. 최양은 “처음에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요리를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요리에 재미를 느껴 자연스럽게 요리사의 꿈을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최양에게 요리사 공부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를 보다 못한 이 교사가 지난해 초 최양을 위해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공익재단인 ‘씨제이(CJ) 도너스 캠프’에 제안서를 냈다. 최양이 한 달에 한 번씩 공부방 초등학생들에게 세계 요리를 직접 만들면서 요리법을 스스로 배우고 가르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씨제이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최양은 이를 통해 이탈리아의 스파게티부터 일본의 빈대떡 오코노미야키까지 다양한 음식을 직접 조리하고 동생들에게 요리법을 가르칠 기회를 얻게 됐다. 최양은 “메뉴 결정부터 장보기까지 제가 직접 결정하고 요리 수업까지 진행하게 되니 ‘요리사’라는 꿈이 한 발짝 더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학이다. 희망이 생기면서 최양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최양은 학교에서 성적이 중하위권이었지만, 지난 중간고사 때는 3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최양은 “꼭 호텔요리과에 진학해서 요리사의 꿈을 펼치고 싶다”며 웃었다.

이날 공부방에서는 스승의 날을 맞아 조촐한 파티가 열렸다. 최양은 당근·오이·달걀·쇠고기·맛살 등으로 모양을 낸 칠절판을 돌돌 말아 이 교사의 입에 넣어줬다. 이 교사는 “나중에 호텔 주방장이 된 소라가 해주는 요리를 꼭 먹어보고 싶다”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은 정말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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