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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2010년 5월 대한민국…신음하는 ‘인권’

등록 2010-05-12 19:58수정 2010-05-13 00:36

시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경찰서 소환장과 벌금부과가 잇따르고 있다. 다함께,인권단체연석회의,참여연대 등 활동가와 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경찰의 소환장 남발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지난해 10월 용산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 주변에서 단식농성을 한 최헌국목사(평화교회)에게 날아든 벌금고지서.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시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경찰서 소환장과 벌금부과가 잇따르고 있다. 다함께,인권단체연석회의,참여연대 등 활동가와 시민들이 1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경찰의 소환장 남발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지난해 10월 용산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청와대 주변에서 단식농성을 한 최헌국목사(평화교회)에게 날아든 벌금고지서.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광장은 막혔고, 소통은 힘겹다. 뒷걸음질하는 현실에 저항하는 이들을 겨냥해 경찰의 소환장이 봄바람에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2010년 5월, 대한민국 곳곳에서 인권이 신음하고 있다.

국내에는 표현의 자유 실태를 조사하러 유엔에서 파견된 프랑크 라뤼 특별보고관이 머물고 있지만, 정부와 공권력은 그의 눈에 비칠 인권 현실에 개의치 않는다. 그는 12일 오전부터 경찰청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방문했고, 용산참사 대책위 인사들과 ‘미네르바’ 박대성씨 등을 만났다. 하지만 그 시각 서울광장에서, 인터넷 공간에서, 경찰서 조사실에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허가된 합법집회 예상인원 넘자 “불법”

#1. 광장에서 이날 오후 1시 인권단체연석회의 등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표현의 자유 억압 및 무더기 소환장 남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합법적으로 신고된 집회에 나온 이들마저 경찰이 출석요구서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대상은 참여연대 임종대 대표, 박원석 협동사무처장, 장정욱 행정감시팀 간사 등 3명이었다. 이들은 지난 6일 오후 3시께 서울광장에서 표현의 자유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고, 경찰이 이곳에서 집회를 허용한 것은 2008년 3월 이후 2년 만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갑자기 집회 참석자의 수와 장소를 이유로 허가를 내준 집회를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애초 신고된 인원은 50명이었는데 600명이 모였고, 장소 역시 신고된 장소인 프라자호텔 앞이 아닌 시청역 근처”라는 이유를 들었다.

부부가 동시에 경찰의 출석요구서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시민단체 ‘반올림’이 지난 5일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박지연씨의 사인 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는 이유였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국장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상윤 사무국장이 출석요구서를 받았는데, 두 사람은 지난달 결혼한 부부다.


마구잡이 출석요구서는 3년도 더 지난 집회를 문제 삼아 날아오기도 했다. 권두섭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지난 2007년 3월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를 이유로 최근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역시 2007년 3월25일에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집회를 이유로 종로경찰서에 나오라는 출석요구서를 지난달 초에 받았다.

선거 후보자 약력 복사한 댓글도 ‘금지’

#2. 인터넷서 비상식적인 표현의 자유 제약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회사원 강인수(37)씨는 지난 4월22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므미나미’라는 이름을 쓰는 누리꾼이 “한명숙의 업적이 뭐냐?”고 묻는 게시물을 올리자 그 대답으로 한명숙 전 총리의 누리집(홈페이지)에 있는 약력을 복사해 올렸다.

하지만 다음날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글을 삭제했다. 강씨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은 게시 행위의 탈법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단서를 달고 있는데, 내 글은 질문에 대한 단순 답변이었으며 계획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게시물에 어떠한 주관적 의견도 없었다”며 선관위에 이의신청서를 보냈지만 선관위는 이를 기각했다. 중앙선관위 지도2과 이재만 주무관은 “시장 후보의 홈페이지 주소만 올렸다면 상관없지만 약력을 직접 올렸기 때문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선관위에는 이의신청을 심의하는 기구가 따로 없어,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분증 보였는데 지문채취 거부 ‘불가’

#3. 경찰에서지난 11일 서울 금천경찰서에서는 한 인권단체 활동가가 경찰의 ‘강제 지문채취’에 ‘저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권단체연석회의 ‘남은들’ 활동가는 다른 활동가 2명과 함께 전날 광화문광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시위를 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그는 경찰서에서 자신의 여권을 제시해 신원을 증명한 뒤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자료표를 만든다며 그의 지문을 강제로 채취하려 했고, 이에 저항하자 법원의 검증영장을 발부받아 결국 지문을 찍었다. 신원이 확인됐는데도, 단지 수사 자료를 얻기 위해 ‘열 손가락’을 빼앗은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지문 채취·날인이 자기결정권에 해당하므로 국가기관의 강제집행에 저항할 권리 또한 있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의 벽은 두텁고 높았다.

황춘화 전진식 송채경화 이경미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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