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서관 구속영장에 ‘비자금 2억’ 적시
공정택(76)씨가 서울시교육감으로 재직할 때 부하 직원들에게서 정기적인 ‘상납’을 받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불거졌다. 검찰은 공 전 교육감의 측근 인사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이 비자금의 규모를 2억여원으로 적시했다.
‘서울시 교육청 인사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성윤)는 23일 공 전 교육감이 재직할 당시 비서관을 지낸 조아무개(53)씨의 구속영장에서 “공 전 교육감의 지시를 받아 장연익(59·구속 기소) 전 장학관 등에게서 받은 뇌물을 차명계좌를 통해 은닉하기로 마음먹고… 2009년 3월께 공 전 교육감이 장연익 전 장학관에게서 건네받은 뇌물인 현금 2000만원을 비롯해 공 전 교육감이 교육청 소속 교원들에게서 받은 뇌물인 약 2억1100만원을 차명계좌에 보관하여 은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 전 교육감이 이렇게 챙긴 뇌물을 건네받아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한 혐의(범죄수익은닉처벌법 등)로 조씨와 공 전 교육감의 수행비서였던 이아무개(38)씨를 이날 구속수감했다. 조씨는 지난해 3월 공 전 교육감의 지시를 받고 이씨에게 ‘자금 관리에 필요하니 차명계좌를 개설해 두라’고 지시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도 받고 있다. 조씨의 지시를 받은 이씨는 같은 해 3월2일 자신의 친척 명의로 계좌 2개를 개설해 조씨에게서 건네받은 돈을 입금·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계좌에 넣어 관리한 돈에는 목아무개(63·구속) 당시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한테서 건네받은 현금 2000만원이 포함됐으며, 목씨의 후임인 김재환(60·구속기소) 교육정책국장 때도 같은 방식의 상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목씨는 구속기소된 장 전 장학관을 통해 일선 시교육청 소속 교육공무원들에게서 받은 뇌물을 공 전 교육감에게 건넨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목씨는 일선 교사들한테서 원하는 지역의 교장으로 승진시켜 주는 대가로 2000만원가량을 챙긴 혐의로 구속돼 있다.
검찰은 이런 ‘상납 관행’이 목씨의 후임인 김 전 국장 때에도 계속된 것으로 보고, 확인 작업을 벌여왔다. 김씨는 지난해 9월께 임종용(50·구속기소) 전 서울시교육청 장학사가 일선 교사들한테서 ‘장학사 시험에 편의를 봐주겠다’며 받은 뒷돈 2000만원을 역시 공 전 교육감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전 장학관은 그 당시에도 ‘중간 고리’ 구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공 전 교육감의 구체적인 뇌물 수수 사실과 액수 등을 확인함에 따라 곧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애초 검찰은 지난 19일 공 전 교육감을 소환해 혐의 사실을 확인한 뒤 이른 시일 안에 영장을 청구할 계획이었으나 21일 저녁 공 전 교육감이 심장질환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함에 따라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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