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본 한국 인권 상황은?
우리나라의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미국 국무부는 11일(현지시각) ‘2009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용산참사와 촛불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공권력의 과잉폭력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집회·시위 등 표현의 자유와 노동자 파업권 등 시민적 기본권이 제한받는 현실도 언급했다.
전세계 194개국의 인권실태를 조사·분석한 이 보고서는 “지난해 1월 용산 재개발지역에서 6명이 화재로 숨졌다”며 “경찰 특공대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적절한 안전장구 없이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했다”는 한국 언론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한국 법률상 노동조합은 파업 전에 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불법으로 간주되고 임금, 노동시간 등 근로조건 외의 사안으로 파업하는 것도 불법”이라며 파업권이 사실상 제약받고 있음을 지적했다.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경찰이 음식과 식수, 의약품 반입까지 차단한 사실도 소개했다. <와이티엔>, <문화방송> 등 방송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언론인 체포 등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은 사례도 조목조목 나열했다. 또 보고서는 “국가보안법은 정부가 ‘사회안녕을 침해할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사람들에 대한 체포·구금·투옥을 허용하고 있다”며 임의적 인신구속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여전히 개탄스럽다”고 비난했다.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처형과 실종, 자의적 구금, 정치범 체포, 고문 등에 관한 보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보 통제, 시민운동 및 노동자 권리 제약, 북-중 국경지대의 인신매매 심각성도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검열’에서도 감시 대상국에 올랐다. 국제 언론자유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는 11일 연례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중국·북한 등 ‘인터넷의 적’보다는 검열이 덜하지만, 이 단체군에 속할 위험이 있는 ‘감시 대상국’으로 꼽았다. “엄격한 법규가 웹 사용자들의 익명성을 위협하고 자기검열을 부추기는 등 지나치게 많은 규제를 하고 있다”는 이유다. ‘감시 대상국’은 한국, 바레인, 러시아, 스리랑카 등 11곳이다.
한국의 사형제 존속도 도마에 올랐다. 유럽의회는 11일 프랑스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지난달 사형제 합헌 결정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찬성 50, 반대 4로 채택했다. 유럽의회는 결의문에서 “사형제 존속 결정은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한국 정부에 “국회의 사형제 폐지 법률 통과 때까지 모든 사형 집행의 중단”과 “사형제 폐지에 관한 유엔 결의 지지”를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