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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버지 정년’ 늘리기냐, ‘아들 취업’이냐

등록 2010-03-01 20:52수정 2010-03-01 22:22

‘아버지 정년’ 늘리기냐, ‘아들 취업’이냐
‘아버지 정년’ 늘리기냐, ‘아들 취업’이냐
노동부 ‘베이비붐’ 세대 퇴직 본격화에 정년연장 추진
재정부 “청년취업 막는다” 제동걸어…부처간 ‘엇박자’
‘아버지의 정년 늘리기냐, 아들의 취업이냐?’

경기 호전에도 좀처럼 늘지 않고 있는 일자리를 놓고 세대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부터 정년퇴직을 맞거나 서서히 직장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는 고용 연장이 필요한데, 20대 청년들은 갈수록 취업문이 좁아져 아우성이다. 정부로서는 두 가지 정책과제가 충돌하는 셈이다.

이미 정부 부처끼리는 중고령자 고용안정 대책을 두고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노동부는 베이비붐 세대 임금근로자 311만명이 2018년까지 은퇴할 것에 대비해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들이 줄줄이 퇴직하면 재정 악화 등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반면에 기획재정부는 청년층 신규채용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일률적 정년 연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 실제로 2007년 4분기에 견준 2009년 4분기 20대 고용률은 1.8%포인트 하락한 상태지만 50대의 경우엔 0.5%포인트가 올랐다. 올해 1월엔 청년(15~29살) 실업률이 9.3%를 기록해 카드대란 직후인 2004년 2월 이후 6년 만의 최고치였다.

중고령층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엇갈린 분석을 내고 있다. 이철선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달 26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연 ‘세대간 일자리 공유를 위한 진단과 해법’ 토론회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 연장으로 청년층 채용이 줄어 세대간 일자리 전쟁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일축했다. 임금피크 등으로 고령자 실질임금이 하락하면 평균 노동비용이 감소해 오히려 신규 일자리를 늘릴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2005~2007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 91곳에서 30살 미만 직원을 평균 20.3명 늘렸다는 사례를 내세웠다.

‘아버지 정년’ 늘리기냐, ‘아들 취업’이냐
‘아버지 정년’ 늘리기냐, ‘아들 취업’이냐

이와 달리 태원유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2003년 대비 2008년 청년 임금근로자 수는 8.9%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중고령(40~50대) 임금근로자 수는 29.5% 증가했다”며 “인구증가율을 감안하더라도 중고령자가 청년층 취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고령 근로자(50~55살, 189만명) 가운데 10%만 근로시간의 30%를 줄이면 20대 청년 일자리를 약 8만7000개나 만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중고령층과 청년층의 일자리 충돌은 주로 공공부문과 대기업에서 발생한다. 종업원 300명 이상 대기업에서 30살 미만 청년층 비중은 1993년 39.3%에서 2008년 23.6%로 떨어졌다. 공공행정부문 역시 1993년 26.5%에서 12.1%로 청년층 비중이 줄었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공공부문과 대기업에선 임금피크제에 그치지 말고 좀더 적극적인 세대간 일자리 나누기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중고령자의 정년 연장을 추진하되 임금수준을 낮추거나 무급휴직 등을 도입해 청년층 고용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중고령 근로자의 숙련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고용촉진 정책이 작용하면 ‘일자리 산출 효과’를 높여 청년 고용에도 도움이 된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세대간 일자리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에 나서고 있다. 노사정위는 베이비붐 세대 고용안정을 유지하면서도 청년실업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사정 합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달 19일 첫 회의를 연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산하 세대분과위도 ‘세대간 일자리 공존 프로젝트’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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