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이명박 정부 2년]
국정원·검찰·경찰·국세청
정권 비판세력 표적수사
국정원·검찰·경찰·국세청
정권 비판세력 표적수사
‘세계 언론자유지수 47→69위로 추락’(국경없는 기자회), ‘법률가 58% “법치주의 퇴보”’(<법률신문> 여론조사), ‘유엔사회권위원회의 사회권 개선 권고 83건’,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등 양심수 112명’(3년 전보다 2배 증가)…. 25일 출범 2돌을 맞는 이명박 정부가 받아 든 ‘민주주의 역주행 성적표’다.
지난 10여년 동안 제도적으로 진전돼 왔던 민주주의가 2년이란 짧은 시간에 허망하게 무너졌다는 비판이 높다.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4대 권력기관(국가정보원·경찰청·검찰청·국세청)을 과거 권위주의 시대처럼 권력의 수족으로 삼아 사유화 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과거정권 인물 솎아내기’와 ‘제편 심기’를 통해 재편된 권력기관은 ‘법치주의’의 외피를 쓰고 민주주의 후퇴의 선봉에 섰다. 정권과 한편이 된 일부 언론은 힘찬 응원부대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대외 정보 수집에 주력하는 등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았던 국가정보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장과 대통령의 독대가 부활되는 등 최대 권력기관으로 부상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제기한 시민단체 사찰 의혹과 설치예술 ‘삽질공화국’ 철거 압력설 등에서 드러났듯 국정원법에 금지된 국내 정보 수집활동도 재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의 변화는 가장 극적이다. 노무현 정부 때 정권 실세에 대한 집요한 수사 등 나름대로 독립성을 추구했던 검찰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표적 수사, 청부 수사라는 비판을 받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대표적이다. 또 검찰은 수사 검사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피디수첩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여 기소를 강행했다.
경찰도 ‘시민의 지팡이’ 노릇을 포기하고 시민 위에 군림하기 시작했다. 촛불시위 때는 유모차 부대를 깔아뭉개는가 하면 용산 재개발에 반대하는 농성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는 시민 5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또 경찰은 보안전문 경찰을 양성하는 ‘보안 경과제’와 5공 시절 ‘백골단’을 연상시키는 ‘불법시위 현장 체포전담반’을 부활시켰다. 국세청은 새 권력의 출범에 맞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를 벌여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초래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감사원 역시 뉴라이트 단체의 국민감사 청구를 명분으로 <한국방송>에 대한 ‘먼지떨이식 감사’ 끝에 정연주 당시 사장의 해임을 건의하는 등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를 뒷받침했다.
이러한 권력기관의 사유화는 민주주의의 질식을 부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입이 막혔다. 유인물을 시민에게 나눠주던 대학생, 불법체포 당하는 이주노동자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한 운동가, 쌍용차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옥외 펼침막을 설치하던 노동자가 ‘경범죄’란 이름으로 연행됐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1850여개 시민단체는 불법·폭력 시위 단체라는 낙인이 찍힌 채 보조금 지원을 제한당했다. 박원순 상임이사에 대한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 등을 제기해 시민·사회단체의 운신의 폭을 좁혀놨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24일 “이명박 정부가 우호적인 세력에 대해서는 ‘친서민 중도실용’을 앞세운 포섭전략, 비판적인 세력에 대해서는 법치주의를 앞세운 배제전략을 써왔다”며 “법치의 이면에는 권위주의적인 밀어붙이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