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해마다 새로 지정하는 비밀기록물 ‘건수’도 공개하지 않았고, 경찰청 역시 비밀로 지정하는 훈령 등은 비공개 대상이라고 밝혔다.(위) 반면, 해양경찰청과 감사원은 비밀로 분류된 훈령과 예규, 기록물 제목을 공개했다.
“국가안보 유해” 국정원 공개거부
다른 부처들도 대부분 “안돼”
보호가치 없는 것도 모두 자물쇠 문: 한국에는 비밀이 몇 건이나 될까? 답: “절대로 알 수 없다.” 한국의 비밀은, 정상을 쉽사리 내주지 않는 에베레스트보다도 접근이 어려웠다. 내용이나 제목은커녕 ‘몇 건’인지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한겨레>와 참여연대는 지난 3월 국가정보원에 당시까지 생산된 △국정원의 급수별 비밀지정 기록물 건수 △공공기관별 비밀지정 기록물 건수 등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공공기관의 장들이 6월 말과 12월 말을 기준으로 해마다 두 차례 비밀 보유현황을 국정원장에게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국정원은 전체 비밀 보유현황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정보기관을 비롯한 각 공공기관과 국가 전체의 비밀 보유현황에 대한 공개는 정보역량 노출 등 국가안보상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외교통상부와 행정자치부 등 13개 주요 부처에 “국정원에 통보한 비밀관리기록부와 목록 및 건수”를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이번에도 모두 ‘국가안보’라는 벽에 부닥쳤다. 국방부는 2004년 국정감사 때 ‘등급별 비밀 취급인가증 보유인원 현황, 2004년 현재 대외비 이상 비문(비밀문서) 현황’ 등 비밀 보유현황을 공개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우려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국방부가 공개한 비밀 건수는 Ⅰ급 9건, Ⅱ급 22만9707건, Ⅲ급 36만7929건 등 모두 59만7645건이었고, 대외비는 53만466건이었다. 국방부는 “보유현황 가운데 실제 생산 보유건수는 9만2651건(Ⅱ급 3만7298건, Ⅲ급 5만5353건)이며, 보유건수(대외비 제외)에는 사본 부수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국감 당시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에게 서면제출한 자료가 외부에 알려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가기록원도 1월 “특수자료관이 설치된 통일부·외교부·국방부·대검찰청·경찰청 등이 국가기록원에 통보한 비밀기록물 생산현황”을 공개하라고 청구하자, 이를 공개했다. 내역을 보면, 통일부는 2001년 1588건, 2002년 904건, 국방부는 2001년 2560건, 2002년 542건, 외교부는 0건 등이었다. 과연 국정원이 공개를 거부한 ‘비밀 건수’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을까? 법원도 비밀로 분류됐다는 이유만으로 비밀로 인정하지 않는다. ‘보호해야 할 실질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 미국은 정보보안감독국(ISOO)이 해마다 연차보고서를 내 행정부가 한해 동안 생산한 등급별 비밀 건수와 비밀해제 건수 등을 공개하고 있다. 비밀기록물의 제목도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난해 미국 행정부가 만들어낸 비밀은 35만1150건으로, Ⅰ급 1만1435건(3%), Ⅱ급 25만8762건(74%), Ⅲ급 8만953건(23%) 등이었다. 연차보고서는 홈페이지에도 올라 일반인도 볼 수 있다. 국정원이 이의신청을 기각하며 “미국이 공개하는 비밀현황은 정부기관의 당해연도 신규지정 비밀건수에 국한된다”고 밝혀, 다시 “1998년부터 매년 신규지정 비밀기록물 건수”를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국정원은 이번엔 “독일·일본 등 대부분 국가가 정보기관을 비롯한 각 기관의 신규지정 비밀기록물 건수를 국가안보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거부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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