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로(당시 39)씨
당시 기사 등 모아 20일 개관
1968년 2월20일 채무변제를 요구하는 폭력단원 2명을 살해한 재일동포 2세 김희로(사진·당시 39)씨는 엽총과 다이너마이트로 무장한 채 일본 시즈오카현 가와네혼쵸 스마타쿄 온천여관에 난입했다.
김씨는 이후 숙박객 9명과 여관주인 가족 4명 등 13명을 감금하고 닷새동안 인질극을 벌였다. 김씨는 인질극 중 기자들을 불러들여 재일동포 차별 현실을 폭로하고 시정을 촉구해 일본 사회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언론들에서 이 사건은 ‘극장형 범죄’의 시초로 불린다.
<마이니치신문>은 17일 사건 발생 42돌을 맞아 사건 현장의 여관 한켠에 당시 사건을 보도한 신문, 잡지기사, 한국인 스님이 여관에 보낸 감사장 등 200여점을 관련 자료를 모은 전시실이 20일 개관한다고 보도했다.
사건 당시 인질 중 한명이었던 여관의 여주인(71)은 신문과 인터뷰에서 “무서워서 이제 잊어버리고 싶은 생각을 여러번 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듣고 쇼와(히로히토 일왕의 연호)의 특이한 사건을 후대에 전승하는 것도 당사자의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개관 이유를 밝혔다.
사건 당시 김씨는 여관 벽에 “죄없는 이 집에 큰 폐를 끼친 점을 마음으로부터 사죄드립니다. 이 책임은 나의 죽음으로 사죄하겠습니다. 어머니, 불효를 용서해주세요”라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나 이 벽의 글은 지워져서 지금은 보이지 않고 대신 김씨의 사진이 전시됐다.
김씨는 75년 무기징역이 확정됐으나 99년 강제송환을 조건으로 가출소한 뒤 한국에 건너와 살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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