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욕타임스] 시사장악퀴즈 ![](http://img.hani.co.kr/section-image/09/news/icon_hanitv.gif)
MB “에너지 효율 낮은 시 청사 뜯어고쳐라”
안양 시장, 100층 높이 짓겠다 ‘녹색 호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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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에너지 효율 낮은 시 청사 뜯어고쳐라”
안양 시장, 100층 높이 짓겠다 ‘녹색 호언’
바야흐로 ‘저탄소 녹색’이 대세가 된 시대엔, 당최 부정적이기 힘들 것 같은 그 의미가 비난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구글 검색창에 ‘저탄소 녹색’을 입력하면 0.34초 만에 378만 건의 검색 결과가 쏟아진다. 네이버 뉴스는 4만여 건의 기사를, 다음 카페는 약 1만5천 건의 게시물을 제시한다. 2008년 8월 광복절 연설에서 새로운 장기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 성장론’을 제시한 이명박 대통령은,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는 데 나름 성공한 듯 보인다.
흔히 ‘저탄소 녹색’은 탄소 발생량이 적고 친환경적인 기술이나 시설, 정책 등을 일컫는다. 환경 정책은 빠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때문에 대통령 집권 기간 5년 같은 단시일 안에 변화를 보겠다는 바람은 욕심이기 쉽다. 현 정부가 ‘저탄소 녹색’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나 성장률 제고 등을 제시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결국 ‘저탄소 녹색’은 본 의미가 퇴색하고, 현 정부를 비난하는 여러 ‘코드’를 설명하는 형용어로 쓰이는 경우도 보게 된다. 강남에선 빛깔도 맛도 곱던 귤이, 강북에 들어와 탱자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하니티비의 간판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9일치 방영분을 보자. 예컨대, 진행자들은 이필운 안양시장이 “‘저탄소 녹색 뇌’를 가진 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 시장은 지난달 100층 이상 높이의 시청 건물을 짓겠다고 해 입길에 올랐다. 1996년 완공돼 20년도 안 된 건물을 헐고 새 청사를 짓는 목적은 바로 ‘저탄소 녹색’이다. 이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 대통령’인 이유는 뭘까. 이른바 ‘아방궁 성남시청’과 ‘용궁 용인시청’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초호화 청사가,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며 “뜯어고치든지 아니면 민간에 매각하라”고 맹비난했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서 줄기차게 진행되는 4대강 사업도 결국 ‘저탄소 녹색’이다.
정부가 4대강 사업 등을 추진하며 ‘녹색 성장’을 강조하지만,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환경성과지수(EPI) 순위는 2년 전에 견줘 43단계 추락했다. 조사 대상 163개 나라 가운데 94위였다. 4대강 사업이 개선을 목표로 하는 ‘수질’은 30위로, 오히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모두를 관조하며 현 정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자리매김한 <…뉴욕타임스> 시사장악퀴즈가 ‘저탄소 녹색 프로그램’이란 설명이 되레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밖에도 이날 방송에서 <…뉴욕타임스>는 지난 6일 서울 마포 한겨레 사옥 앞에서 열린 ‘어버이연합’의 항의 시위 영상을 공개했다. 퀴즈에서는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 왜곡 발언의 진정한 의미, 국정원은 왜 새 원훈을 내세웠는지, 종종 한 번씩 ‘빵 터뜨려주는’ 정운찬 총리의 개그 시리즈, ‘반값 등록금 공약’ 질문에 대한 ‘어륀지’ 이경숙 전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장의 반응 등을 다뤘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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