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배희(64)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상담 100만건 돌파한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며 사는 게 목표다.”
가정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해 말, 본부에서만 상담 100만건을 돌파했다. 1956년 창립한 지 54년만이다.
100만건 가운데 10만여건의 상담을 해내며 상담소를 지켜온 곽배희(64·사진) 소장을 5일 만났다. 그는 1973년에 스승이었던 고 이태영 박사의 소개로 상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상담을 하다 보니, 가족법이 평등하게 바뀌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뒤 그는 호주제 폐지 운동에도 뛰어들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했다. 그러면서 ‘나라 망치는 마귀할멈’이라는 비난까지 들었다고 한다. 곽 소장은 “저를 두고 집안에서 엄청 설움 당하고 사는 여자일 것이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웃었다. 결국 호주제는 여성계의 노력 끝에 2008년 1월 가족관계등록법으로 대체돼 사라졌다.
상담 100만건을 돌파하는 동안 상담 내용도 시대의 변화상에 따라 달라졌다. 1950~60년대엔 사실혼을 해소하고 싶다는 상담이 많았다. 1970년대는 부부 갈등 상담이 급증했다. 곽 소장은 “남성 중심 가부장제 사회에서 핵가족으로 바뀌면서 여성의 의식이 깨기 시작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부터는 이혼상담이 증가해, 1990년대에는 면접 상담의 절반 이상이 이혼 문제였다고 한다. 그는 “경제력과 학력이 높아진 여성들이 빼앗긴 권익을 되찾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선 법적으로 뒷받침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성들과 남성들이 100% 평등한 사회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호주제 폐지나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으로 남성들이 이제 힘이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여성들은 아직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하고, 의무와 역할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정폭력 피해·다문화가정·탈북 여성 등은 조건없이 도와주겠다”며 “소소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많이 이용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담소는 앞으로 상담 대상도 늘릴 계획이다. 퇴직한 50~60대 남성들이 새로운 대상이다.
글 이완 기자 wani@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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