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미화노동자와 인근 대학 분회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학생회관 앞에서 노동조합 출범식 행사를 열고, ‘생활 임금 보장’ ‘근무여건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비정규직 노조’ 만들어
공공노조 지부 가입
“저임금·고용불안 끊겠다”
공공노조 지부 가입
“저임금·고용불안 끊겠다”
대학과 용역업체의 횡포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으려는 대학 ‘청소 아줌마’들의 연대가 활발해지고 있다.
공공노조 서울·경인 공공서비스지부 이화여대 분회는 27일 오후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주변 대학 분회 노조원 등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출범식을 열었다. 이들은 출범 선언문에서 “우리는 당당한 노동자임을 밝히며 저임금·고용불안의 고리를 끊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노조를 꾸리게 된 데는 노동운동가와 대학생, 이웃 대학 노조의 지속적인 연대와 지원이 밑거름이 됐다. 지난해 3월부터 노조 결성을 지원해온 유안나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조직차장은 “매달 한 차례씩 첫차 타고 출근하는 미화노동자들을 만나 노조의 필요성을 알렸고, 틈나는 대로 학생들과 함께 아주머니들이 쉬는 휴게실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분회는 공공서비스노조가 지난해부터 집중사업으로 추진한 비정규직 노조 조직의 첫 사례다.
하지만 물꼬는 결국 미화노동자 스스로가 텄다. 설득에 나섰던 이대생 정아무개(23)씨는 “2주 전쯤 여덟 분의 어머님이 노조 결성을 결심하고 나서자, ‘나 혼자 나섰다가 잘리는 거 아니냐’며 발뺌하던 분들도 마음을 돌려 순식간에 숫자가 불었다”고 말했다. 연세대 분회의 미화노동자들이 모임 자리를 마련해 같은 처지로서 경험담을 들려준 것도 힘이 됐다.
그 바탕에는 용역업체의 횡포에 대해 누군가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이대 미화노동자 ㅅ(60)씨는 “다들 나서질 못할 뿐이지 문제는 누구나 느끼고 있었다. 허리도 펴지 못하는 계단 밑 휴게실에서 집에서 싸온 찬밥을 먹으면서 남자들이 할 법한 일들을 떠맡아 왔으니까”라고 말했다.
노조 결성은 권리 찾기의 출발점이다. 2004년 공공서비스노조에 가입한 고려대 청소 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 ‘정년 보장’ 등을 요구하며 본관에서 3일 동안 농성을 벌였다. 바뀐 용역업체가 정년을 70살에서 60살로 낮추려 했고, 폐지를 판 돈으로 밥값을 충당하던 일마저 막았기 때문이다. 그해 11월 서울대병원 청소·식당 노동자 60여명도 25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7월 최저임금제 시행에 맞춰 업체가 시간외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킨 것이 이유였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공공서비스노조에 가입해 ‘민들레분회’를 만들었지만, 회사는 기업 노조가 있다는 이유로 상대조차 않는 일도 겪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들의 존재는 노조 결성 뒤에야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숙 공공서비스노조 고려대 분회장은 “노조 결성으로 비로소 최저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고, 중간관리자에게 돈을 상납하는 등의 악습도 고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오성 이경미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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