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추락·폭발 잇따라 자율안전관리제 ‘구멍’
3명이 하청 노동자…위험한 일 도맡고 사고 쉬쉬
3명이 하청 노동자…위험한 일 도맡고 사고 쉬쉬
대형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 공장에서 이달 들어서만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3명이 사내하청 노동자여서, 이들에 대한 안전관리감독이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노조는 지난 20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도장공장에서 일하던 이아무개(44)씨가 폭발사고로 숨졌다고 21일 밝혔다. 이씨는 공장 내 밀폐된 곳에서 스프레이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작업장에 차 있던 인화성 가스가 폭발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스프레이 작업은 불이 잘 붙는 페인트와 시너 등을 사용한다.
이번 폭발사고는 이 회사에서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번째 터진 산업재해다. 지난 2일에는 건조중인 선박 안에서 일하던 두명의 노동자가 아르곤가스에 질식돼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가스가 누출된 것을 알지 못한 채 밀폐된 작업장으로 내려가다 변을 당했다. 또 8일에는 선박 승강용 타워에서 한 노동자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이들 가운데 한명을 빼고는 모두 사내하청 노동자였다. 조선소에서는 용접·도장 등 위험한 작업을 사내하청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노동부의 2008년 ‘300인 이상 사내하도급 현황’을 보면, 대우조선해양에서만 1만40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일하는 등 조선업 전체 노동자의 55%를 차지할 정도로 사내하청 노동자 비중이 높다.
문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안전관리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현재 조선소들은 노동부의 ‘노사 자율 안전관리정책’에 따라 근로감독관이 직접 감독하지 않는다. 노동부 통영지청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자율 안전관리업체여서 그동안 근로감독관이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노동부의 감독 밖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업체에서 산재가 발생하면 다음 도급계약을 따기 힘들기 때문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신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차용칠 대우조선노조 산업안전보건실장도 “이번 사고는 법에 규정된 대로 밀폐된 작업 장소에 환풍기를 설치하지 않아 발생했다”며 “하청업체도 문제지만, 관리를 하는 원청도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양현 노동부 안전보건지도과장은 “방대한 사업장에서 수많은 협력업체가 일하다 보니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자율 관리가 취약할 수 있다”며 “자율 안전관리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본사 직원이든 협력업체든 안전관리나 작업환경에서 차별은 없다. 협력업체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했지만 사고가 발생한 만큼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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