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투척’ 앞서 ‘달걀 보신’ 집회를 마친 이들이 “준비한 계란을 던지지 말고 먹어버리자”며 경찰과 취재진 앞에서 계란을 먹어 보이고 있다. 잠시 뒤 이들은 공관 주변 육교 위에서 지나가는 이 대법원장의 차량을 향해 계란을 던졌다. 김진수 기자
[도 넘은 ‘사법부 위협’]
중앙지법·대법원장공관 인근서 잇단 시위
“분풀이 과격행동 용납 안돼” 비판 쏟아져
중앙지법·대법원장공관 인근서 잇단 시위
“분풀이 과격행동 용납 안돼” 비판 쏟아져
<문화방송>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다음날인 21일, 보수성향 단체들이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열며 일제히 행동에 나섰다. 일부 단체의 회원들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탄 차에 달걀을 던지거나 법원 진입을 시도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여, 사법권 독립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들로 구성된 ‘보수국민연합’ 회원 8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디수첩 제작진에 무죄 판결을 내린 문성관 판사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피디수첩 판결에 대해 “법치와 질서를 선도해야 할 법원이 문화방송의 천인공노할 불법 행위에 대해 무죄를 판결해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헌정질서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문 판사의 얼굴 사진 등을 붙인 종이상자를 불태우고, 서울중앙지법 정문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의 제지로 진입에 실패하자 “이용훈 대법원장 사퇴”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경찰이 불법 집회를 중지하라고 경고하자 자진 해산했다.
앞서 이날 아침 7시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등 4개 보수단체 회원 50여명이 이용훈 대법원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 근처에서 집회를 열었으며, 이어 보수단체 ‘구국결사대’ 회원이 대법원장 공관 앞에서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였다.
보수단체들의 이런 반발 행동에 대해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판결이라 해도 그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도에 넘는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법의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법학)는 “아동 성폭력 범죄자에게 가벼운 형을 내린 개별 판사에게 항의 행동을 하는 경우는 외국에서도 있지만,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에게 계란을 던지는 등의 행동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보수단체에서도 지나친 항의 행동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선호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 결과에 화가 나서 그랬겠지만, 폭력은 어떤 명분으로도 민주사회에서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뉴라이트전국연합 회원 20여명은 이날 대법원 정문에서 “사법부 전반에 대한 쇄신 및 단독판사제도 문제의 즉각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한국자유총연맹도 성명을 내어 “사법부가 외부의 압력은 물론이고, 판사 개인의 성향이나 소신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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