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대표(가운데)가 19일 저녁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한겨레 시민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엽 한신대 교수, 김 대표, 안수찬 <한겨레21> 기자.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 시민포럼
양보 없는 논전이었다. 경쟁 지상주의와 교육열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전임 정권에 대한 인식, ‘반이명박 연대’에 대한 견해에 이르기까지, 서로 ‘같은 편’이라는 두 사람이지만 평행선을 달리는 사고의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19일 열린 24차 한겨레시민포럼의 주제는 ‘우리 안의 이명박, 우리 밖의 이명박’이었다. 발표자인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은 자신이 최근 <한겨레> 지면에서 공론화한 ‘우리 안의 이명박’론이 “사회구조나 제도와의 싸움을 도외시한 채 내면 문제에 집착하는 윤리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당혹스러워했다. 김 발행인이 밝힌 ‘우리 안의 이명박’론의 핵심은 “이명박이 우리 밖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 안에도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두 이명박과 동시에’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안의 이명박’의 실체는 무엇인가. 사례로 든 것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교육열이었다. “4대강, 미디어악법 문제 등에서 이명박을 욕하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제 아이 교육에서 보이는 모습은 이명박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그가 말하는 ‘우리 안 이명박’은 피 튀기는 경쟁을 불가피한 현실로 승인하면서 “돈과 외형적 풍요”를 “행복하고 잘사는 삶의 가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신자유주의적 심성을 가리키는 셈인데, 이런 내면화된 심성 구조를 깨뜨리지 않는 한, 반이명박 투쟁은 “정권 안정에 기여하거나 기껏해야 자유주의 세력의 정권 탈환을 위한 정략으로 귀결할 뿐”이라는 단언이었다. 그런데 토론자 김종엽 한신대 교수가 볼 때 ‘우리 안의 이명박’은 독자적 실체라기보다 “기회 구조의 제약 때문에 생기는 ‘적응적 선호’”일 뿐이다. 김 교수는 되묻는다. “이명박 교육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제 아이의 시장 경쟁력은 알뜰하게 챙기는 사람들, 이들 때문에 살인적 경쟁과 시장주의 교육이 지탱되는 측면은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달리 행동할 어떤 기회 구조가 우리 사회에 있는가?” 김 교수가 볼 때, 선택의 기회가 제약된 상황에서 사람들의 선호는 왜곡되거나 타협하는 형태를 보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성찰하고 의식을 뜯어고치는 것보다 왜곡된 선택을 낳는 기회 구조를 바꾸는 게 관건이다. 한마디로 표적으로 삼아야 할 대상은 ‘우리 밖의 이명박’이란 얘기다. 진보·개혁진영에서 제기된 ‘반이명박 연대론’도 견해가 엇갈렸다. 김 발행인이 볼 때 반이명박 연합을 말하는 세력의 대부분은 과거 정권 사람들, “민주주의 수호자가 아니라 이명박보다 조금 유연한 얼굴의 신자유주의 세력일 뿐”이다. 따라서 연대를 말하기에 앞서 필요한 것은 “이명박 이후”의,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한계까지 뛰어넘는 진보적 전망”을 갖는 것이다. 반면 김 교수는 “나쁜 것이나 더 나쁜 것이나 마찬가지로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지상의 척도’가 아니”란 입장이었다. “그들의 차이를 준별하고 덜 나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로 옮겨 처음 진행된 이날 포럼에는 독자·시민 120여명이 자리를 지키며 진보세력의 진로와 어두운 시대를 견디는 지혜 등에 관해 생각을 나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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