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원 주방장
‘송로버섯돌솥밥’ 만든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한석원 주방장
시계는 어느새 밤 9시를 가리키고 있다. 2009년 12월12일 저녁. 늘 불과 칼을 다루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의 주방은 항상 한석원(사진) 주방장을 긴장시켰다. 비록 그가 일본 유학 뒤 1994년부터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이더라도 긴장감은 매일 새롭다. 분침이 막 12를 지났을 때 한 중년 남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여성 1명과 검은 양복의 젊은 사내가 옆에 있었다. 또 다른 검은 양복의 젊은 사내는 문만 연 뒤 식당 입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일행 3명은 홀 테이블이 아닌 스시바에 앉았다.
약간 피곤해 종아리를 주무르던 한 주방장은 중년 남성을 보자마자 잠이 달아났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1989년 처음 유학을 간 뒤 일본을 집처럼 드나들었다. 하숙방 텔레비전에서, 도쿄 거리의 뉴스 전광판에서, 가끔 읽던 신문 1면에서 그 남자의 얼굴을 봤다. ‘아니 세상에! 그분이잖아!’ 베테랑 주방장은 손님을 기억한다. 한 주방장은 일본 시절부터 낯익은 정치인 손님의 얼굴을 알아보고 일본어로 외쳤다. “이럇사이마세(어서 오십시오), 오자와상!”
작년 일 민주당 간사장 들러
송로버섯 요리없다 아쉬워해
돌솥밥 개발해 메뉴에 추가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은 자신을 어떻게 알아봤느냐며 껄껄 웃으며 회와 초밥을 주문했다. 한 주방장은 유창한 일본어로 오자와 간사장과 요리를 소재로 대화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핫카이산’(八海山) 청주(사케)를 주문했다. 미식가로 소문난 그는 ‘핫카이산 청주가 트러플(서양 송로버섯)과 궁합이 잘 맞는다’다면서 한 주방장에게 ‘트러플을 이용한 밥 요리가 왜 없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몇 주 뒤 스시조의 메뉴에는 새로운 요리가 추가됐다. 공식 이름은 ‘송로버섯 돌솥밥’이지만 ‘오자와 돌솥밥’으로 불러도 무방하다. 지난 11일 맛 본 돌솥밥은 부드러운 송로와 전복의 졸깃한 식감이 기분 좋게 어우러진 맛을 냈다. 송로버섯 특유의 비릿한 냄새는 파를 뿌려 잡아냈다. 도쿄 지검 특수부는 13일 오후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자금 단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훗날 많은 사람이 오자와 간사장을 기억할 게다. 누군가는 비리혐의를 받는 정치인으로, 누군가는 일본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의 실세로. 많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는 ‘오자와 돌솥밥’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영국 여왕 메리 1세가 ‘블러디 메리’(칵테일의 종류)로, 문인 소동파가 ‘동파육’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정치인은 태어났다 사라지지만, 음식은 오래 지속한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송로버섯 요리없다 아쉬워해
돌솥밥 개발해 메뉴에 추가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은 자신을 어떻게 알아봤느냐며 껄껄 웃으며 회와 초밥을 주문했다. 한 주방장은 유창한 일본어로 오자와 간사장과 요리를 소재로 대화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핫카이산’(八海山) 청주(사케)를 주문했다. 미식가로 소문난 그는 ‘핫카이산 청주가 트러플(서양 송로버섯)과 궁합이 잘 맞는다’다면서 한 주방장에게 ‘트러플을 이용한 밥 요리가 왜 없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몇 주 뒤 스시조의 메뉴에는 새로운 요리가 추가됐다. 공식 이름은 ‘송로버섯 돌솥밥’이지만 ‘오자와 돌솥밥’으로 불러도 무방하다. 지난 11일 맛 본 돌솥밥은 부드러운 송로와 전복의 졸깃한 식감이 기분 좋게 어우러진 맛을 냈다. 송로버섯 특유의 비릿한 냄새는 파를 뿌려 잡아냈다. 도쿄 지검 특수부는 13일 오후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자금 단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훗날 많은 사람이 오자와 간사장을 기억할 게다. 누군가는 비리혐의를 받는 정치인으로, 누군가는 일본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의 실세로. 많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는 ‘오자와 돌솥밥’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영국 여왕 메리 1세가 ‘블러디 메리’(칵테일의 종류)로, 문인 소동파가 ‘동파육’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정치인은 태어났다 사라지지만, 음식은 오래 지속한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