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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부처이전 백지화’ 확정
생산성 구체일정 없어…롯데 식품연 확대이전
한화 기존공장·웅진 본사 인접해 시너지 기대
생산성 구체일정 없어…롯데 식품연 확대이전
한화 기존공장·웅진 본사 인접해 시너지 기대
삼성·롯데·한화·웅진 등 4개 그룹이 11일 발표한 세종시 투자 규모는 4조3770억원, 고용효과는 2만3000여명에 이른다. 정부의 ‘신규사업 중심’ 원칙에 맞춰 신재생에너지·바이오 등 미래사업이 중심이다. 이렇다 보니 생산시설이 아닌 연구소나 시험 생산라인 입주가 주류이고 구체적인 투자 시기도 확정하지 못한 곳들이 많아, 투자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등 5개 계열사가 신재생에너지와 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한다. 세종시 입주가 유력했던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대구·경북 지역의 반발로, 액정표시장치(LCD)는 시설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삼성 쪽의 반대로 빠졌다. 김순택 삼성전자 부회장(신사업추진단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2007년부터 신수종 사업을 찾아왔으며, 검토 결과 세종시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건희 전 회장 사면과의 ‘빅딜설’에 대해서는 “대규모 사업을 투자할 때 즉흥적으로 하는 것은 없다. 오비이락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2015년까지 순차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사업별 구체 일정은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시기가 미뤄지거나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삼성의 태양광과 대용량 2차전지 사업은 연구개발라인(파일럿 라인) 단계이고, 조명용 발광다이오드(LED)도 아직 양산 시점이 아니다. 헬스케어는 사실상 백지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신수종 사업을 대거 입주시킨 것은 나름의 경영적 판단을 한 것 같다”며 “하지만 본격적인 생산라인이 아닌데다 시장이 열리는 시점도 유동적인 사업들이어서 당장의 투자·고용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세종시 투자 성격과는 다른 콜센터 입주 계획을 내놓은 것도, 당장 고용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마땅치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콜센터 고용 인력은 4000명으로, 전체 고용 계획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투자 규모를 부풀린 흔적도 눈에 띈다. 삼성은 세종시 인근에 있는 삼성전기 대전사업장의 생산라인 증설분(4500억원)을 이번 투자계획에 포함시켰다. 삼성전기는 공급물량이 달려 1년여 전부터 라인 증설을 검토해왔다. 삼성 관계자는 “대전사업장은 세종시 조성단지 바로 옆에 위치해, 고용과 물류 등에서 세종시 투자와 직접 연계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세종시 투자액은 10여년에 걸쳐 1000억원 수준(1000명 고용창출 계획)이다. 식품 연구소를 확대개편하는 정도여서 예상보다 투자액이 크지 않다. 롯데 쪽은 연도별 투자 내역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잠실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를 받았고, 맥주사업 신규 진출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막판까지 세종시 입주를 놓고 고민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충남 지역에 본사나 생산시설을 둔 한화와 웅진은 투자 실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이 추진되던 지난해 9월부터 정부에 사업 참여를 제안하는 등 꾸준히 입주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웅진그룹은 “투자 계열사 3곳의 본사가 대전·공주·구미로 세종시와 인접해 있어 강점이 있다”고 밝혔다.
김회승 정세라 이태희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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