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박래군(오른쪽 셋째)·이종회(왼쪽 셋째)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과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맨오른쪽) 등 3명의 수배자와 유가족들이 손을 맞잡은 채 위로와 격려를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영결식전 명동성당 방문 “고맙다…힘 없어 미안”
‘용산’ 유가족 등 20여명은 지난 9일 발인식(오전 9시)과 서울역광장 영결식(낮 12시) 사이에 잠시 짬을 내어 명동성당을 찾았다. 수배된 처지로 이곳에 머물고 있는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의 박래군·이종회 두 공동집행위원장과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경찰이 충무로2가 버스 정류장 근처부터 막아서는 통에 거친 승강이를 벌이고 나서야 성당 쪽으로 발길을 옮길 수 있었다.
수배된 세 사람은 소식을 듣고는 성당 정문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유가족들은 이들을 보자마자 “아이고 어떻게 해…”라며 울먹이기 시작했고, 이내 서로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전재숙(68)씨는 박 위원장에게 “우리가 힘이 없어 여기까지 밖에 못와서 미안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고, 남 의장은 “너무 지체하면 안 되니까 가야죠…”라며 유가족들을 다독였다.
박 위원장은 “우리가 장례식에 가서 고인들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보고, 유가족들 손이라도 잡아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이곳에서 장례식 지켜보며 고인들을 잊지 않고, 유가족들의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영덕(55)씨도 “땅 한 번 제대로 못 밟고 수배생활까지 하면서도 1년간 저희 곁을 지켜줘 고맙다”며 “조문 온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부탁했고 (정 총리가) 논의해 보겠다고 했는데, 한 번만이라도 같이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저희 애원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갔다올게요.” 영결식을 앞둔 유가족들은 20여분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수배자들도 영결식과 노제, 하관식까지 가쁘게 치러야 할 유족들에게 악수와 포옹으로 격려를 건넸다.
용산참사와 관련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해 초부터 수배돼 있는 이들은, 장례식 이후 적절한 시점에 경찰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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