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 100년]
일 “식민지배로 한국 발전”
우익 정치인 망언 계속돼
일 “식민지배로 한국 발전”
우익 정치인 망언 계속돼
100년 전 체결된 ‘국권 침탈’ 조약의 불법성을 따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한일간에 풀리지 않는 과거사 인식의 기초를 따지고 가다 보면 결국 과거 식민지배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마주하게 되고, 이는 결국 식민지배의 불법성 여부를 묻는 질문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한일병합에 대한 양국 간의 인식 차를 좁힐 첫 기회는 1965년 한일협정이었다. 한일협정은 2조에서 “1910년 8월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조항을 “한일병합은 처음부터 무효”라고 해석하는 데 견줘, 일본은 “한국 정부가 성립된 1948년 10월 이후부터 무효”라고 보고 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일협정은 사실상 식민지배의 불법성 여부를 따지지 않은 채 미봉하고 넘어갔다. 식민지배는 합법이었고 정당했다는 일본인들의 인식은 ‘식민지배로 한국이 발전했다’는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망언을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이 논쟁은 앞으로 재개될 북-일 회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북한은 1992년 한국에서 이 논쟁이 처음 벌어졌을 때 매우 적극적이고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일병합의 불법성을 일본 쪽에서 수긍하게 되면 북한은 한국과 같은 ‘독립축하금’ 또는 ‘청구권’ 대신 불법 강점에 대한 ‘배상’ 형태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오타 오사무 불교대학 문학부 교수(일한회담 문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모임 공동대표)는 “학계에서는 한일병합이 강제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에 의해 이뤄졌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하토야마 정부는 2010년을 맞아 과거 식민지배에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넘어서, 한일병합이 무효임을 선언하고 그에 기초해 새로운 한일관계의 100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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