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낮, 경기 수원 고등동 수원이주민센터에서 한국어 교사 정지윤(37)씨가 ‘쌍방향 화상강의’를 통해 이주여성들에게 화상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화면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말을 나눌 뿐 아니라, 강사는 화면에 글을 써가며 수업을 진행한다.(오른쪽 사진)
수원이주민센터 국내 첫 화상강의
육아중 공짜로 공부하고
한국인에 모국어도 가르쳐
쌍방향 소통에 우울증 싹~
육아중 공짜로 공부하고
한국인에 모국어도 가르쳐
쌍방향 소통에 우울증 싹~
경기 화성시에 사는 결혼이주여성 후평(35·중국)이 물었다. “아이들에게 영화를 골라줄 땐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요?”
수원 팔달구 고등동의 한국어 교사 정지윤(37)씨는 마우스를 이용해 모니터에 ‘19’를 쓰면서,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가 어떤 것인지 설명했다. 후평은 두살박이 연호를 안으며 “조심할게요”라고 헤드셋을 통해 답했다.
지난 9일, 수원이주민센터(대표 남경호)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한국어 화상강의’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기존에 동영상 강의 등은 있었지만 인터넷을 통한 쌍방향 강의는 지난 8월 처음 시작됐다. 화상강의의 현재 수강생은 8명으로, 주 2~3회씩 1시간 동안 강의가 이뤄진다. 강의료는 무료다.
센터가 실시하는 화상강의의 주요 대상은 출산·육아 시기의 이주여성들이다. 남경호 대표는 “매년 센터를 찾는 50여명의 이주여성 가운데 20명 정도가 육아 때문에 공부를 1년 이상 쉰다”며 “교육의 흐름이 끊기는 것도 문제지만, 이주민들한테 사랑방 구실을 하는 센터를 찾지 못한 채 종일 아이만 보다보면 우울증 등의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웹캠과 헤드셋을 이용한 쌍방향 강의인데다, 강사 1명에 수강생이 4명까지 참여할 수 있어 강의는 때로 ‘엄마들의 수다’로 이어진다. 수강생 팅팅(22·중국)은 “다른 이주여성과 육아법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다툰 남편과 화해하는 방법을 선생님에게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외국인주민 현황’을 보면, 다문화가정의 0~2살 아이들은 3만5400여명이다. 상당수의 결혼이주 여성이 육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센터에서는 이주여성이 화상으로 한국인들에게 자신의 모국어를 가르치는 ‘다국어 화상강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재 7명의 이주여성이 러시아어, 인도네시아어 등 5개 언어를 한국 학생 30명에게 가르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어 교사인 무스토파 야니(30)는 “늘 한국에 대해 배우기만 했는데 한국 사람에게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전할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센터에 무상으로 화상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 ㈜이든헤윰 추상훈 대표는 “육아 때문에 집안에 붙잡혀 있는 이주여성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나아가 자신의 잠재력을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20개 정도의 이주민센터에 추가로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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