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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버스기사들 “운전하기 무서워”

등록 2009-12-07 23:31

서울시, 기사 태도·법규준수 등 암행평가
평가서 회사에 전달해 인사상 불이익
“암행감찰식 노동감시는 인권침해” 비판
진화운수 소속 시내버스 기사 은현기(39)씨는 지난 11월12일 회사 쪽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담긴 ‘버스운행실태 점검리스트’(사진)를 받은 뒤부터 버스 운전에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 은씨가 받은 서류에는 은씨의 복장에서부터 승객 질문에 대한 응대 태도, 교통법규 위반 여부, 차량 내외부 청결 여부 등 18가지의 점검 결과가 세세히 담겨 있었다. 여기에는 은씨가 장지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신호위반을 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은씨는 “신호등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 급정거를 하면 승객들이 다칠 수 있어 불가피하게 계속 주행을 했던 것 같은데 억울하다”며 “서울시 소속 평가원이 버스에 몰래 타 점검을 하기 때문에 언제 또다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할지 몰라 두렵다”고 말했다. 은씨는 신호위반으로 2점 감점을 받은 뒤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모두 꺼리는 비고정 승무기사로 일하게 됐다.

서울시가 실시하는 ‘시내버스 운행실태 평가’가 버스기사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시내버스의 서비스 질을 높인다는 이유로 암행 방식으로 버스운행 실태를 점검해왔다. 시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회사별 순위를 매긴 뒤 순위가 높은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고 있으며, 근거 자료로 버스기사의 이름이 담긴 평가서를 회사 쪽에 보내왔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암행감찰식 노동 감시는 명백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양질의 서비스는 수동적 방식인 ‘감시’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근로 여건의 개선을 통한 능동적 방식으로 개선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호 서울시 버스노동조합 차장도 “서울시의 평가 목적은 ‘단속’이 아니라 ‘인센티브’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회사에 유출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에서도 고속버스에 대해 서울시와 비슷한 암행 방식의 조사가 이뤄지지만 개인정보를 회사에 넘기지는 않는다. 고속버스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교통안전공단 교통평가실 쪽은 “평가 결과를 회사에 통보해 다른 회사와 비교하도록 하지만 개인 운전자에 대한 정보까지 통보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버스운행실태 점검으로 인해 벌써 20여명의 버스기사들이 정직 등 징계를 받았다는 한성여객의 황충구 노조 지부장은 “서울시가 버스기사들의 개인정보를 회사 쪽에 함부로 넘긴 점에 대해 지난 10월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기형 서울시 버스정책팀장은 “‘시내버스 운행실태 평가’를 실시한 뒤 버스의 서비스 질이 높아졌다”며 “버스기사는 개인이 아닌 공인”이라고 밝혔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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