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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LPG 과징금 반토막 공정위 ‘재벌 봐주기’

등록 2009-12-03 20:44

공정위 “심사과정서 실수” 해명에
“업계 반발에 밀린듯” 지적 잇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또다시 ‘재벌 기업 봐주기’ 시비에 휘말렸다. 공정위가 2일 밤 전원회의에서 에스케이(SK)가스 등 액화천연가스(LPG) 업체 6곳에 부과한 과징금 6689억원은 불공정 거래 행위에 따른 것으로는 사상 최대액이지만, 애초 예고한 규모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특정 재벌 기업이 과징금 폭탄을 피해간 점도 봐주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애초 공정위가 엘피지 업체 6곳에 통보한 과징금 부과액은 1조3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조정을 거친 실제 과징금은 에스케이가스 1987억원, 이원(E1) 1894억원, 에스케이에너지 1602억원, 지에스(GS)칼텍스 558억원, 에쓰오일 385억원, 현대오일뱅크 263억원 등 약 6700억원 규모여서 업계 반발에 밀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손인옥 공정위 부위원장은 “심사 단계에서 과징금 기준을 잘못 적용한 경우와 업체들의 부담능력 등을 고려해 규모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심사관이 특정 업체의 담합 행위 기산점을 잘못 판단해 최고 부과율 5%를 7%로 높게 잡았다는 것이다. 전원회의가 심사 규정을 잘못 적용한 것을 문제삼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12일 최종 결정을 한 차례 연기한 데 이어, 이튿날 전경련 초청 강연에서 “실제 과징금은 통보액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해, 대폭 경감을 시사한 바 있다.

민병희 참여연대 간사는 “조사와 결론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결정을 유보하고 뒤이어 대폭 과징금을 삭감한 것은 결국 대기업의 반발을 수용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에스케이가스·이원 등 수입 2개사는 매달 전화와 면담 등의 방법으로 판매가격을 72차례에 걸쳐 논의해 결정했고, 이 가격을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에스케이가스 등 4개 정유사에 팩스 등으로 통보해 가격을 짬짜미했다.

자진신고에 따른 과징금 감면 제도 또한 논란거리로 불거지고 있다. 이 제도에 따라 1순위 신고자인 에스케이에너지는 과징금 전액을, 2순위 신고자인 에스케이가스는 50%의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부과액 규모 1·3위 업체가 과징금을 면제·경감받음에 따라 실질 부과액은 4093억원에 그쳤다. 특히 특정 재벌그룹 계열사이자, 업계 시장점유율 1·3위 업체가 나란히 자진신고를 한 데 대해, 경쟁 업체들은 “과징금 면제를 노린 지배적 사업자들의 자진신고를 증거능력으로 삼을 수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은 “상세한 의결서를 보고 앞으로의 대응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리니언시(담합자 자진신고 감면제)는 업계 스스로 담합 구조를 깨뜨려 근절시킬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는 만큼 시장점유율로 예외를 둘 순 없다”면서도 “담합을 주도한 업체가 리니언시를 악용하는 경우에 대한 대응책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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