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중앙선관위원 후보 청문회…다운계약서 추궁엔 궁색한 해명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치적 편향성 문제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강 후보자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한 ‘나라선진화·공작정치분쇄 국민연합’(국민연합) 부의장을 지내고 보수 편향적인 발언을 해왔다는 점(<한겨레> 11월30일치 2면) 등을 문제 삼아 “이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하거나, 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욱서·김진권 후보자(대법원장 추천)에게 정치자금법 개정과 재보궐 선거 등 선관위 업무와 관련된 의례적 질문들이 나온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 때 강 후보자가 ‘코드 인사’라고 반대했던 점 등을 지적하며 “강 후보자가 (선관위) 상임위원 후보자로 내정된 것 자체가 코드 인사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최규식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중립성을 강조해 선관위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하게 했다”며 “대통령이 설령 무원칙하게 임명했어도 스스로 반려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는 “헌법학자로서 헌법의 대상인 국가·사회·정치를 연구한 것일 뿐 정치적 성향을 가진 적도, 정치에 관여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합 활동에 대해선 “전혀 기억이 없다”며 “친한 교수가 여기 가입해주면 어떻겠냐고 해서 이름을 준 게 불찰이라면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강 후보자가 ‘부인’으로 일관하자 여야 의원들은 “군색한 답변”이라고 힐난했다.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나는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건 올바르지 않은 태도”라며 “자연인으로서는 학문적 양심으로 그런 활동을 했지만 공직자로서는 객관적 시각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하는 것이 올바른 게 아니냐”고 핀잔을 줬다. 홍재형 민주당 의원도 “정치적 중립성도 문제고, 자질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강 후보자가 아파트 구매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취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과 1983~90년 11차례나 이사하면서 위장전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김희철 민주당 의원)도 제기됐다. 하지만 강 후보자는 “구청에서 하라는 대로 한 것”,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서 옮긴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구욱서·김진권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에 동의했지만, 강경근 후보자에 대해서는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 보고서 채택을 미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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