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박영준 국무총리실 차장, 이현동 차장, 임성균 광주청장, 백용호 청장.
녹취록 등장인물 누구?
안원구 국장이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녹음자료에는 전·현직 국세청 고위직 인사들의 목소리가 두루 담겨 있다. 안 국장 사퇴 압박 논란의 한가운데 이른바 ‘국세청 게이트’의 주무대인 국세청 간부들이 두루 얽혀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이현동 차장을 꼽을 수 있다. 이 차장은 지난 7월 백용호 청장이 취임하기 전까지는 서울청장으로, 그 이후엔 차장으로 안 국장 사퇴 압박 파문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9월20일 <월간조선> 편집진들과의 모임을 녹음한 자료에는 이 차장이 “서울청 조사국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움직이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새 청장한테 정리해줄 방법 없겠냐. 나설 사람 없고. 솔직히 말씀드려서 내가 과잉 충성한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안 국장 사퇴를 압박하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에 이 차장이 적극적으로 개입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사퇴 압박 파문이 한창이던 당시 감사관이던 임성균 광주청장은 좀더 구체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청장은 사퇴를 거부하는 안 국장에게 “지금 청와대나 이쪽에서도 최고위층에서 상당히 다 인지하고 있다”며 “정부 전체에서 어느 정도 판단이 이루어진 거거든요”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임 청장은 “안 국장이 반발하다 보니 좀 강하게 얘기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완전히 내 말실수”라며 “사퇴 종용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거나, 특히 청와대 압력이 있었던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 청장은 “청와대나 최고위층의 의지가 확실하냐”는 안 국장의 거듭된 질문에 “그렇다”라고 확신에 찬 답변을 되풀이해, 실제 사퇴 압박 파문의 배경을 둘러싼 의혹의 불씨를 키웠다.
지난 7월 국세청 개혁 임무를 띤 외부 출신 인사로 청장에 취임한 백용호 청장도 논란을 피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 청장의 경우, 직접적인 의혹에선 한발 비켜나 있으나 사건의 처리과정을 보면 매끄럽지 못한 구석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안 국장이 국세청 모 간부와 통화한 기록에는 “청장님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고 차장을 중심으로 해서 빨리 매듭이 지어지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돼 있다. 국세청 최고수장으로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확인하기보다는 의혹을 덮으려고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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