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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산강’에 허찔린 민주당 뒤늦게 목청

등록 2009-11-23 19:48수정 2009-11-23 21:32

4대강 저지 홍보 민주당 여성 당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4대강 공사 저지 거리 홍보를 벌이며 시민들에게 인쇄물을 나눠주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4대강 저지 홍보 민주당 여성 당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4대강 공사 저지 거리 홍보를 벌이며 시민들에게 인쇄물을 나눠주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MB정부 4대강 밀어붙이기]
지자체장들, 당론에 맞서…내부분열 모양새
예견된 사태 방심하다 “맞짱토론” “MB 탄핵”
“지역개발사업 때문에 청와대에 약할 수밖에 없는 시·도지사를 앞장세워 야권을 분열시키고 호남 민심을 호도하기 위한 정치쇼다. 적절치 않다.”(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당 소속인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가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4대강 사업 영산강 공구 기공식에서 ‘엠비(MB)어천가’를 부른 데 대해, 23일 민주당 지도부는 비판의 화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돌리려 했다. 민주당은 “마음은 있되 몸은 올 수 없는 민주당 의원들의 형편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꼼수정치’라 혹평했지만, 정작 이 꼼수정치에 당했다는 사실에 허를 찔린 표정이다. 예산심의를 거부하고 있는 4대강 반대 전선의 동력에 흠집이 났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고위 당직자는 “수질 개선 문제가 지역 현안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두 사람이 상식적인 선에서 답할 줄 알았지 이렇게 엠비어천가를 부를지는 몰랐다”고 당혹감을 토로했다. 다른 한 핵심 당직자는 “대응하자니 청와대의 ‘노림수’에 걸려드는 것 같고, 그냥 넘어가자니 당의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를 겨냥해 “당원은 당론이나 당의 입장을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완곡한 구두경고에 그쳤다. 이날 회의에서는 각양각색의 대응 방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반향은 적었다. 정 대표는 “4대강과 세종시 문제에 대해 일대일 맞짱 티브이(TV) 토론을 하자”고 이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이 대통령에게 건의해 보겠다”고 대답했지만, 그렇게 무게가 실린 말 같지는 않다. 실제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공식 브리핑을 하며 정 대표의 제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밖에 ‘4대강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이강래 원내대표), ‘국민투표를 통한 4대강 추진’, ‘대통령 탄핵 추진’(박주선 최고위원) 등의 제안이 있었지만 울림이 없었다. 이 대통령에게 조롱당하고 뒤늦게 발끈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민주당 현실이다.

민주당에선 4대강 사업에 영산강이 포함되면서부터 ‘야권 분열 프레임’이 예견됐지만 지도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호남 출신 의원들은 수질 개선을 위한 4대강(영산강) 사업엔 찬성하지만 대운하 전초 단계로 가는 데는 반대한다는 원론적 공감대 외엔 별도의 의견 교환이 없었다고 한다. 4년 전 ‘영산강 뱃길 복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준영 전남지사와도 사전 조율이 없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영산강 쪽 지역구 의원들이 대놓고 4대강을 반대할 수 없는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나, 영산강을 제대로 살려야 한다는 식의 긍정적 프레임을 만들어 대응했으면 좋겠다”며 전략 부재를 질타했다.

한나라당은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정치놀음에 한눈팔지 않고 오직 지역 발전과 주민 행복에 매진하는 단체장들의 양심적인 선택을 야당 의원들이 교훈으로 삼기 바란다”고 논평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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