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60)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계원필경’ 완역 이상현씨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더군요. 최치원의 문장은 번역자들 사이에선 까다롭기로 악명 높거든요. 덥석 붙들었다간 제 명에 못 죽을 거 같았습니다.”
고운 최치원(857~?)의 <계원필경집>을 처음으로 완역한 이상현(60·사진)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은 책 번역을 의뢰받던 3년 전을 회상하며 가볍게 몸을 떨었다. 20년 남짓 숱한 고문(古文)들과 씨름해온 그에게도 최치원은 벽이었던 것이다.
<계원필경집>은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 휘하에서 막료생활을 하며 쓴 1만여 수의 시문을 귀국 뒤 골라 20권으로 편찬한, 현전하는 문집 가운데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해독이 어려운 사륙변려문으로 씌어 일부만 번역이 됐던 것을 이 위원이 전문(全文)을 우리말로 풀어 1집(전 2집)을 출간했다.
현전 최고령 문집, 우리말로 펴내
3년동안 1880개 각주달며 해독 “변려문이라는 게 중국의 고사(故事)를 한두 개의 단어로 압축해 네 글자, 여섯 글자 안에 집어넣어 만든 문장입니다. 고전에 대한 어지간한 내공이 없이는 한문도사의 할애비라도 해석을 못하는 게 변려문이에요.” 이 위원은 <계원필경집>의 번역을 “마치 모기가 돼 무쇠로 만든 소의 등짝에 올라타 피를 빨아먹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계원필경집>의 문장에는 최치원만 아는 고사들이 부지기수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번역서가 ‘본문 반 역주 반’이 되었다. 1집에 나오는 각주만 1880개, 200자 원고지로는 3300장 분량이다. 그만큼 대중들이 읽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얘기다. “최고로 어려우면서, 최고로 재미없는 책입니다. 이게 다 절도사 밑에서 일할 때 변려문체로 쓴 외교문서, 공문서거든요. 다행히 중국에서 간행된 모든 관과 민간의 서적을 모아 전산화한 인터넷 <사고전서>가 나와 있습니다. 변려문에 등장하는 고사 해석이 한결 정교하고 간편해진 셈이지요.” 이 위원은 자신이 최치원의 난해한 문장과 대결할 수 있었던 것을 선조·선배들의 선행작업과, <목은집> <택당집> 등 10여종의 문집들을 번역하며 다져진 공력 덕으로 돌렸다. 이 위원은 2집의 번역을 정년퇴임하는 내년 6월 이전에 마무리지을 생각이다. 최치원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토황소격문>은 2집의 첫머리인 11권에 등장한다. 이 위원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해직된 뒤 본격적으로 한문 공부를 시작해 1987년부터 고전번역에 몰두해왔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3년동안 1880개 각주달며 해독 “변려문이라는 게 중국의 고사(故事)를 한두 개의 단어로 압축해 네 글자, 여섯 글자 안에 집어넣어 만든 문장입니다. 고전에 대한 어지간한 내공이 없이는 한문도사의 할애비라도 해석을 못하는 게 변려문이에요.” 이 위원은 <계원필경집>의 번역을 “마치 모기가 돼 무쇠로 만든 소의 등짝에 올라타 피를 빨아먹으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계원필경집>의 문장에는 최치원만 아는 고사들이 부지기수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번역서가 ‘본문 반 역주 반’이 되었다. 1집에 나오는 각주만 1880개, 200자 원고지로는 3300장 분량이다. 그만큼 대중들이 읽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얘기다. “최고로 어려우면서, 최고로 재미없는 책입니다. 이게 다 절도사 밑에서 일할 때 변려문체로 쓴 외교문서, 공문서거든요. 다행히 중국에서 간행된 모든 관과 민간의 서적을 모아 전산화한 인터넷 <사고전서>가 나와 있습니다. 변려문에 등장하는 고사 해석이 한결 정교하고 간편해진 셈이지요.” 이 위원은 자신이 최치원의 난해한 문장과 대결할 수 있었던 것을 선조·선배들의 선행작업과, <목은집> <택당집> 등 10여종의 문집들을 번역하며 다져진 공력 덕으로 돌렸다. 이 위원은 2집의 번역을 정년퇴임하는 내년 6월 이전에 마무리지을 생각이다. 최치원의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토황소격문>은 2집의 첫머리인 11권에 등장한다. 이 위원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해직된 뒤 본격적으로 한문 공부를 시작해 1987년부터 고전번역에 몰두해왔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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