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 무허가 경작 농민들의 눈물 20일 오전 경북 고령군청 앞에서 이 지역 농민들이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계속 농사를 짓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낙동강변 경작 금지 통보받은 농민들의 눈물]
“아무리 정부 땅이라도 지금껏 말 없다가 경작 금지라면 끝인가”
“아무리 정부 땅이라도 지금껏 말 없다가 경작 금지라면 끝인가”
“아무리 국유지라지만 수십년 농사짓고 살던 땅에서 하루아침에 쫓아내면 우리는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20일 오전 10시 경북 고령군청 앞 도로에서 ‘4대강 사업중단 촉구 농민대회’가 열렸다. 고령군 대책위원장을 맡은 권태휘(53)씨가 트럭 위에 설치된 연단 위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집회에서는 낙동강가 둔치에서 농사를 짓다가 4대강 사업 때문에 경작 금지 통보를 받은 고령지역 농민 2백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점유 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갱신 기간을 놓쳐 허가가 취소되는 바람에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농토에서 내몰리게 된 농민들이다. 정부는 하천부지 점유허가를 받은 농민들에게는 일정한 영농손실 보상금을 지급하지만 점유허가를 받지 않고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은 보상을 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보상을 받은 경우에도 1㎡당 3533원의 2년치 영농손실 보상금으로는 농기계 사느라 진 빚을 갚기도 어렵다고 농민들은 말한다. 집회장에서 만난 이창희(53·고령군 우곡면)씨는 낙동강가 둔치 7천여평에서 30여년 동안 수박농사를 지어 아들과 딸을 대학에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농사지을 땅이 없어져 앞으로 두 자녀의 대학 등록금은 물론이고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이씨는 “그동안 하천둔치 경작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가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빼앗으려 한다”고 하소연했다. 개진면에서 하천둔치를 개간해 28년째 감자농사를 지어왔다는 강대익(55)씨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4대강 사업이냐”며 “4대강이고 뭐고 그냥 이 땅에서 농사나 계속 짓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대책위의 권태휘 위원장은 “이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농토를 잃고 마지막 생존수단으로 하천둔치에서 농사를 지어왔다”며 “고령군에만 수백 가구의 농민과 그 가족들이 삶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도와 고령군은 “불법경작자 가운데 전적으로 하천부지에만 생계를 의존하는 이는 소수”라며 “하천부지 점용허가를 받은 이들에겐 보상 단가를 현실화하고, 하천부지 경작자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지임대은행의 임대경작지를 배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