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비정규직 고용보장 사례
4개지부 ‘일방 구조조정 않기로’ 사쪽과 합의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정규직 전환 돕기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정규직 전환 돕기도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경기 침체에 따른 해고는 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규직 노동자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지켜내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전북지부·경기지부 등 4개 지부가 지난 8~9월 ‘회사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고용인원을 유지하도록 최대한 노력하며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사용자 쪽과 잇따라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4개 지부에 속한 사업장은 한라공조·스카니아코리아·위니아만도·두원정공 등 47곳에 이른다. 금속노조는 중앙 교섭에 이어 지부별 집단 교섭을 통해 이런 합의를 끌어냈다.
이 합의에 따라 금속노조 전북지부 군산지역금속지회 일성테크분회는 지난 8월 대의원대회를 열어 사내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 일성테크는 지엠(GM)대우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다.
최대준 군산지역금속지회장은 “같은 지부에 속한 타타대우상용차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 보호하는 것을 보고, 군산지역의 사업장에서는 이렇게 비정규직과 함께 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지부 타타대우상용차지회는 지난해 6월 지회 규칙을 바꿔 비정규직 320명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였고, 올해 비정규직 조합원 4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회사 쪽과 합의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에 엔진 부품을 납품하는 케피코 노조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었다. 경기지부 케피코지회는 지난해 청소·경비·식당 일을 하는 비정규직 22명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데 이어, 올해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등을 비정규직 조합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노조는 지난달 17일 찬반투표에서 이런 방안을 85.2%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장명권 케피코지회장은 “임금 등 근로여건이 열악한 중소 사업장이지만,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다른 어떤 문제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규모 사업장 정규직 노동자들도 이런 노력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부산·양산지부는 한진중공업의 4000여명에 이르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받아냈다. 또 경남 창원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위아지회도 ‘비정규직의 고용이 최대한 유지되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박점규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부장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해고의 위험에 가장 취약한데, 이들 4개 지부 외에 다른 금속노조 지부들에서도 비정규직 고용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