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준 눈물 국가정보원의 시민단체 사찰 의혹을 제기해 원고 ‘대한민국’에게서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 희망제작소에서 심경을 밝히다 말고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가를 훔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정부기관의 민간단체 사찰 의혹 사례를 추가로 제기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09년4월, ‘아름다운 커피’ 매장 못열게 압력
2009년 5월, ‘아름다운 가게’ 후원자에 사유물어
국정원 개입 일상화·구조화…비상식적 소송에 고민
2009년 5월, ‘아름다운 가게’ 후원자에 사유물어
국정원 개입 일상화·구조화…비상식적 소송에 고민
국가정보원의 시민단체 사찰 의혹을 제기해 국가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박원순(53)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공개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사찰 사례를 추가로 내놓았다. 또 그는 “국정원의 불법 사찰을 문제 삼은 것일 뿐 국정원이나 국가의 명예를 훼손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이사는 17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희망제작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있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대한민국 최고 권력기관 가운데 하나인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허위 진술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국정원이 민간인을 사찰한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진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이름의 14쪽짜리 자료를 내어, 정부 기관이 개인과 민간단체를 불법 사찰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추가로 공개했다. 박 이사는 구체적인 사례로 △국정원 직원이 한 재단의 이사장을 찾아 자신에 대해 탐문했고 △자신이 이사로 등재된 한 재단에 ‘돈을 얼마나 받고 있느냐’며 캐물었으며 △자신이 한 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한 내역을 확인한 경우 등을 들었다.
또 박 이사는 자신이 관여했던 ‘아름다운 가게’와 ‘아름다운 커피’ 등의 사업에도 국정원이 잇따라 개입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올해 4월 국정원 직원이 아름다운 커피 매장을 연 한 대학의 관계자를 찾아가 ‘좌파 단체를 후원한 사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국정원 직원들이 곳곳에서 저에 대해 묻고 다닐 뿐 아니라, 희망제작소 사업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이유 없이 연기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5월 아름다운 가게가 한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연 자선바자회 뒤에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이 밖에도 △진보 성향 단체들이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특정 기업 임직원한테 시민단체 회원에서 탈퇴하라는 압력이 들어갔으며 △공공기관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원 변호사한테는 사건을 맡기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갔다는 사례를 들며 “국정원의 개입이 일상화, 구조화되고 있다”고 했다.
박 이사는 국가가 자신을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해서는 “원고 ‘대한민국’으로부터 명예훼손에 따른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며 “국가가 명예훼손으로 국민에 손배 소송을 제기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리적으로 국가가 민사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는지를 다퉈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민의 합법적 권리를 부인한, 이런 비이성적인 소송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조금 더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14일 “박 이사가 지난 6월 충분한 확인 절차 없이 ‘국정원이 민간사찰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말해 국정원과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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