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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부터 이귀남 후보까지…‘고개숙이면 그만’ 지적도
이명박 정부 들어 주민등록 위장전입 의혹을 사거나 이런 사실이 확인된 장관급 고위 공직자는 모두 10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5명 가운데 1명꼴로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한겨레>가 13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시인을 계기로 현 정부 출범 뒤 국무위원과 일부 장관급 권력기관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임명·내정자 55명을 살펴보니 그중 10명이 인사 검증 과정에서 위장전입을 시인하거나 논란에 휩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의 첫 내각을 구성하던 지난해 초, 박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절대농지 불법 소유와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 결국 사퇴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인사청문회 당시 본인과 아들의 위장전입 논란이 불거지자 “아들의 징병 신체검사 때문”이라고 ‘해명성 시인’을 한 바 있다.
위장전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몇몇 장관은 그대로 임명됐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증여세 탈루와 함께 제기된 두 차례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장남의 중학교 학군 문제 등 때문”이라며 시인한 뒤 장관직을 맡았다.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른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위장전입 문제를 비켜가지 못했다. 자녀의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현 장관은 “주민등록 표기에서 행정 편의로 한 것이지만 그 자체는 오기였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넘어갔다.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위장전입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인 2007년 6월 위장전입 논란이 계속되자 1969년부터 당시까지 21차례 주소지를 옮긴 내역을 모두 공개하고 나섰다. 적극 대응을 택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5차례에 걸친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당시 “자녀들의 초등학교 입학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위장전입 논란은 예전에도 없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장상 전 총리서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고위 인사들이 위장전입이 문제가 돼 결국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한편, 이귀남 후보자는 이날 1997년 배우자와 큰아들이 가족의 거주지인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같은 구의 청파동으로 위장전입한 의혹(<한겨레> 9월12일치 2면)에 대해 “장남이 원하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강욱 법무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후보자 내외가 맞벌이여서 (잘 돌봐줄 수 없으므로) 방과 후에 밤늦도록 공부시키는 학교로 배정받기 위해 주소를 이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오성 김민경 기자 sage5th@hani.co.kr
권오성 김민경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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