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하반신을 아예 움직일 수 없는 스타첼 마틴이 스위스 노트윌에 있는 재활전문병원 ‘스위스마비센터’에서 휠체어를 타고 턱이 있는 길을 다닐 수 있도록 맞춤 훈련을 받고 있다.
[장애인, 재활이 희망이다] ② ‘스위스 마비센터’ 재활 프로그램
보행·요리·청소…최대 9개월 ‘홀로서기’ 지원
환자부담 1년 6만원…90%가 원래 일터 복귀
보행·요리·청소…최대 9개월 ‘홀로서기’ 지원
환자부담 1년 6만원…90%가 원래 일터 복귀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재활치료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직업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어요. 통역사나 컴퓨터 프로그래머, 휠체어 경주 선수 등을 해 볼 생각입니다.”
지난 7월 초 스위스의 소규모 도시 노트윌에 있는 재활전문병원 ‘스위스 마비센터’에서 만난 스타첼 마틴(35)은 턱이 있는 길을 휠체어로 이동하는 훈련을 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오토바이를 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목뼈가 부러지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처음 치료받던 병원에서 ‘스위스 마비센터’를 추천받아 6월부터 재활훈련을 받고 있다.
침대에 누워 몸을 뒤집거나 스스로 일어나 휠체어에 옮겨 타는 연습 등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훈련을 오전·오후 2차례에 걸쳐 3시간가량 한다. 훈련에는 요리, 청소 등 작업치료도 포함된다. 아직 화장실 변기에는 혼자 올라서지 못하고, 샤워를 할 때에도 도움이 필요하지만, 마틴의 가족이 꼭 그의 곁을 지킬 필요는 없다. 병원 간병인 등이 그를 돕기 때문이다.
재활훈련 외에 마비된 척수신경을 조금이라도 되살리기 위해 실시하는 침술치료도 이젠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하반신에 아무런 감각이 없었지만 지금은 엄지 발가락을 살짝 움직일 수 있다. 그를 담당하는 물리치료사 제시카 덱커는 “의학적으로 하반신 마비를 판정받은 뒤로는 혼자 휠체어를 타고 침대에 오르고 화장실을 가는 등 남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훈련계획이 짜여져 있다”고 말했다.
담당 의사인 한스 게오르크 코호는 “마틴은 의학적으로 더 이상 척수신경 기능이 회복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의학적인 재활치료는 물론 작업치료, 직업 알선 등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당 의사는 또 “증상이 가벼운 장애인의 경우 3~4주 정도 재활치료를 받지만 마틴과 같이 정도가 심하면 일상생활에 복귀하기 위한 재활치료를 몇달 더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트 빌리거 병원장은 “철저한 재활치료를 통해 우리 병원에 입원한 장애인 90% 정도가 원래 직업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마틴은 “길게는 9달까지 이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2인실에 입원해 하루 종일 재활치료를 받지만 마틴이 부담하는 돈은 거의 없다. 이 병원은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가입비로 1년에 45프랑(약 6만원)만 내면 추가 비용 없이 필요한 치료를 모두 받을 수 있다. 마틴은 애초 회원이 아니었으나 입원하면서 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의 회원이 됐다. 만약 마틴이 다른 회원들처럼 예전부터 가입해 있었더라면 25만프랑(약 3억원)을 별도로 재단에서 받게 된다.
이 병원이 이렇게 충분한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장애인에 대한 국가 차원의 사회보장도 중요한 구실을 한다. 스위스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 별도의 사회보험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사회보험이 장애인 재활 서비스에 드는 비용의 90% 이상을 부담한다. 병원은 환자에게서 치료비를 거의 받지 않는 대신 사회보험에 진료비를 청구한다.
마틴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삶이 끝나는 것 같았다”며 “그러나 재활훈련을 통해 혼자서도 휠체어를 타고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다시 삶의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치기 전에는 웨이터 일을 했는데 이제는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며 “빨리 사회에 복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트윌(스위스)/글·사진 김양중 의료전문기자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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