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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의 소원은~” 합창…나비·노란풍선 ‘배웅’

등록 2009-08-23 22:53

‘김대중 전 대통령 국민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23일 오후 김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도착하자 노란 풍선을 날리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김대중 전 대통령 국민추모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23일 오후 김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도착하자 노란 풍선을 날리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광장 메운 2만여명 ‘마지막 길’ 함께하며 눈물
“고난만 겪으셨는데…” “가고 나니 아쉬움 크다”
자정까지 분향소 운영…시민들 추모발길 이어져
현대사의 거목이 영면한 날, 시민들은 그를 떠나보내며 저마다의 가슴에 ‘유지를 잇겠다’는 어린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23일 오후, 2만여명의 시민들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국민추모문화제’에 참여해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낮 최고 기온이 31도까지 오르는 무더위 속에서도 시민들은 광장을 메우고, 건너편 대한문 앞마당까지 채웠다.

‘민주주의여! 통일이여! 김대중 대통령이여!’라는 이름으로 열린 추모문화제는 국회 영결식 생중계가 끝난 오후 3시30분께부터 김유정 민주당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배우 오정해의 추모 공연 등이 진행된 추모제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다.

행사 사이사이 동영상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1987년 대선 연설과 2000년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 등이 흘러나올 때는 시민들이 흐느끼기도 했다.

주부 박선자(59)씨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다 고난만 겪으셨는데….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강성운(73)씨는 “생전에 계실 때도 좋은 분이란 거 알았지만 가고 나니 아쉬움이 크다”며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오후 4시30분께 김 전 대통령의 영구차와 부인 이희호씨가 서울광장에 도착하자 시민들은 차가 멈춘 대한문 광장 쪽으로 몰려가기도 했다.

이희호씨가 차에서 내려 “평화와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 남편의 유지”라고 말하자, 행사는 절정에 이르렀다. 그의 연설이 끝나자 노래 ‘우리의 소원’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나비와 노란 풍선이 푸른 하늘을 수놓았다.

고인이 일생의 화두로 삼았던 민주주의는 이날 그를 보내는 이들을 하나로 묶는 끈이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을 담은 노래 ‘타는 목마름으로’를 함께 불렀다.


회사원 백익현(49)씨는 “서거 소식과 ‘행동하는 양심’ 이야기를 듣고 죄책감이 들었다”며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뿌린 평화와 통일의 씨앗도 싹을 틔우고 있었다. 광장 한편에는 부모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어린이들이 그린 160여점의 ‘통일 그림’들이 전시됐다. 노란 종이학을 접어 한반도 모양의 지도를 만드는 행사도 진행됐다. 학을 접던 김귀경(39)씨는 “김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 통일 대통령으로 기억한다”며 “내가 어렸을 땐 김일성 그림 그리면 항상 뿔 2개가 달려 있었는데, 통일을 주제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다는 건 그가 가져온 변화”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광장은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받아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다는 약속의 장소이기도 했다.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영정 앞에 헌화한 뒤, 추모글을 써 붙이는 ‘추모의 벽’ 옆에서 진행되는 ‘스티커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이 벌어지는 곳에는 김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한 오찬장에서 했던 말이 크게 적혀 있다.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고,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할 수 있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이 글 옆에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유언입니다. 당신은 무엇을 약속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글귀와 함께 △나쁜 정당에 투표 않겠다 △나쁜 신문을 보지 않겠다 등의 5가지 항목이 선택지로 제시돼 있다.

스티커를 붙인 공유지(28)씨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선 투표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항목을 골라 나 자신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이 떠난 뒤에도 서울광장 분향소는 자정까지 운영돼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권오성 김민경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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