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시빈소가 마련됐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들머리 육교에 ‘당신이 제1대 민주 대통령이셨습니다’라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전국이 눈시울 ‘글썽’
대구·부산·대전·광주…지역색 없는 추모행렬
TV 앞에 모여앉아 “화해·화합 계기 됐으면”
대구·부산·대전·광주…지역색 없는 추모행렬
TV 앞에 모여앉아 “화해·화합 계기 됐으면”
23일 오후 3시 광주 금남로 분수대의 물줄기가 ‘눈물인듯’ 하늘로 솟구쳤다. 옛 전남도청 본관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이 인쇄된 대형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펼침막 사진 속의 두 사람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가만히 광주 금남로를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한반도기’ 양쪽엔 두 전직 대통령이 생전에 강조했던 ‘행동하는 양심’과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글귀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린 이날 광주 옛 전남도청 시민합동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은 대형 텔레비전을 통해 영결식 장면을 지켜봤다. 시민들은 ‘우리의 소원’을 따라 부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아들(5)과 함께 시민합동분향소를 찾은 이승훈(41·광주시 동구 불로동)씨는 “두 분의 뜻을 잊지 않고 민주주의 역주행과 남북관계 후퇴를 막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고인의 뜻을 잇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5·18부상자회 강구영(48)씨는 “김 전 대통령은 6·15남북공동선언을 통해 남북화해의 주춧돌을 놓았던 분이다” 며 “80년 5·18민중항쟁 때 지향했던 통일과 민족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하늘도 슬픔에 잠긴 탓일까? 김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 하의도는 이날 아침 종일 흐리다가 국장 영결식이 시작되자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과 조문객 200여명은 오후 하의면사무소 앞 마당에서 대형 모니터로 영결식을 지켜보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김거심(75)씨는 “편하고 좋은 곳 가시라고 날마다 마음 속으로 빌었다”고 말했다.
대구와 부산, 대전과 수원 등 전국의 분향소에도 이날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설치된 김 전 대통령 분향소에도 이른 아침부터 전국에서 관광버스 등을 타고 온 가족 단위의 조문객들이 길게 줄을 지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 쪽이 마련한 분향소엔 봉하마을 주민과 경남·김해 ‘노사모’ 관계자 등이 추모객들을 맞았다. 이날 봉하마을을 찾은 김서분(59·경북 경주시)씨는 “계시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됐던 집안의 큰 어른이 돌아가신 기분이다” 며 “지역이 화해하고 화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대전·충남 20곳의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도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4만8천여명이 조문한 경기도 안 68곳의 분향소에도 이날 국화꽃을 든 추모 발길이 계속됐다. 또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진행된 이날 전국에서 축제나 대회가 축소돼 경건한 추모 분위기를 이어갔다. 부산경륜공단과 창원경륜공단은 각각 23일 하루 동안 휴장했고, 충남 공주시는 ‘마곡사 토요 상설무대’를 아예 취소했다.
광주 창원/정대하 최상원 기자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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