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사 조의방문단’으로 남쪽에 온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앞줄 왼쪽)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맨 오른쪽) 등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김대중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맨 왼쪽부터 김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홍걸씨. 사진공동취재단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서울 온 북 ‘특사 조의단’
도착후 국회 빈소 들러 김위원장 조화 전달·애도
“고인의 북-남 화합 뜻 받들어 노력하겠다” 밝혀
* 김기남 :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도착후 국회 빈소 들러 김위원장 조화 전달·애도
“고인의 북-남 화합 뜻 받들어 노력하겠다” 밝혀
* 김기남 :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21일 오후 4시5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보낸 화환을 앞세운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특사 조의방문단’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에 들어섰다.
조문단은 평양에서 가져온 김정일 위원장의 화환을 김 전 대통령 영전 오른쪽 단상 밑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흰 국화로 덮인 남쪽의 근조 화환과 달리, 가운데 붉은 꽃이 놓인 화환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여, 김정일”이란 글씨가 적힌 띠가 달려 있었다.
조문단장인 김기남 비서가 대표로 분향을 한 뒤 조문단은 동시에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이어 조문단은 분향소에 있던 김홍업·홍걸씨 등 김 전 대통령의 유가족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저희 특사 방문단을 보내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홍업씨 등은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김기남 비서는 빈소 방명록에 “정의와 량심을 지켜 민족 앞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여 특사 조의방문단 김기남”이라고 적었다.
조문을 마친 북한 조문단에게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이 “국회의장께서 잠시 환담했으면 한다”고 제안하자 김기남 비서는 “그러자”며 국회의장실로 이동했다. 김형오 의장은 조문단에게 “이번 기회가 남북관계 돌파구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북한에 예인된 어선) 연안호가 돌아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기남 비서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미에서 고인의 북남화합과 북남관계 개선의 뜻을 받들어 할 일이 많다. 저희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석한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여야를 초월해 초당적으로 남북관계 발전을 갖고 해법을 논의하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북한을 방문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비서는 “다들 먼 길이라 하는데, 먼 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까운 곳인데…”라고 말했다. 김형오 의장도 “나도 직항로로 평양 한번 가고 싶다”고 하자 김 비서는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답했다.
10여분간 국회의장 면담을 마친 김 비서는 “오늘 저녁에 남쪽 당국을 만날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웃으며 “천천히 얘기하죠”라고 답했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취재진이 서울 방문 소감을 묻자 웃는 낯빛으로 “좋습니다”라고 답했다. 빈소가 차려진 국회를 나선 조문단은 서울 동교동 김대중평화센터로 가서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를 만났다. 김 비서는 지난 19일 발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전을 이씨에게 읽어주고 이를 전달했다. 조문단은 저녁에는 임동원·정세현·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민주당 의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과 함께 식사를 했다.
정부는 조문단의 신변안전을 이유로 1박2일 방문 기간에 빈소 조문을 뺀 다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조문단은 이날 오후 2시께 평양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를 통해 애초 예정보다 10분가량 이른 오후 3시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과 홍양호 통일부 차관 등이 이들을 공항에서 영접하고 김 전 대통령 빈소로 안내했다. 권혁철 이경미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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