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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8년과 2009년 1월1일부터 6월4일까지 써서 남긴 일기장 중 2009년 일기장 일부가 21일
공식 추모 사이트에 PDF파일로 공개됐다.
김 전 대통령의 일기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슬픔과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경고, 북핵위기에 대한 통찰 등이 적혀 있다. 또 몸이 아픈데 나았으면 좋겠다는 소망과 아내와 가족들과 함께 있는 즐거움 등이 씌여 있다 .
“노 대통령 자살 슬프고 충격적”
5월 23일치는 “자고 나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으로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보도. 슬프고 충격적이다. 그간 검찰이 너무도 가혹하게 수사를 했다. 노 대통령, 부인, 아들, 딸 , 형, 조카사위 등 마치 소탕작전을 하듯 공격했다”고 검찰의 일방적 수사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그리고 매일같이 수사기밀 발표가 금지된 법을 어기며 언론플레이를 했다”며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에도 일침을 가했다. 덧붙여 “노 대통령의 신병을 구속하느니 마느니 등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다”고 맺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건강이 악화되기 직전까지 쓴 100일간의 친필일기 중 일부가 추모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이 일기는 지난 1월1일부터 건강악화로 일기를 못쓰게된 지난 6월4일 전까지 약 100일간 기록한 것이다. 위부터 2009년 1월6일, 1월14일, 5월1일 일기. 2009.8.20 (서울=연합뉴스)
5월29일치에는 “고 노 대통령 영결식에 아내와 같이 참석했다. 이번처럼 거국적인 애도는 일찍이 그 예가 없을 것이다. 국민의 현실에 대한 실망, 분노, 슬픔이 노 대통령의 그것과 겹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4월18일치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와 인척, 측근들이 줄지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도 사법처리 될모양. 큰 불행이다. 노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도, 야당을 위해서도, 같은 진보진영 대통령이었던 나를 위해서도, 불행이다. 노 대통령이 잘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북 2차 핵실험 개탄스러워”
이 와중에도 김 전 대통령은 5월25일치에서 북핵위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도 아쉽다. 북의 기대와 달리 대북정책 발표를 질질 끌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 주력하고 이란, 시리아. 러시아. 쿠바까지 관계개선 의사를 표시하면서 북한만 제외시켰다. 이러한 미숙함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서 핵실험을 강행하게 한 것 같다”며 위기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앞서 1월20일치에는 용산참에 대해 “용산구의 건물 철거과정에서 단속 경찰의 난폭진압으로 5인이 죽고 10여인이 부상 입원했다.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 이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썼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건강이 악화되기 직전까지 쓴 100일간의 친필일기 중 일부가 추모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이 일기는 지난 1월1일부터 건강악화로 일기를 못쓰게된 지난 6월4일 전까지 약 100일간 기록한 것이다. 2009.8.20 (서울=연합뉴스)
“아내와 둘이 집에 있는 게 기쁘다”…‘애처가 김대중’ 모습도
2009년 초에는 곳곳에 담담하고 평온한 일상을 적고 있다.
1월6일치에는 “오늘은 나의 85회 생일이다. 돌아보면 파란만장의 일생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투쟁한 일생이었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화해의 길을 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 내가 살아온 삶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고 쓰고 다음날인 7일치에는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고 적고 있다. 며칠 뒤 11일치에는 “점심 먹고 아내와 같이 한강변을 드라이브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내 없이는 지금 내가 있기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다. 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매일 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 애틋한 사랑과 정을 표했다. 2월7일치에서도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고 썼다.
또 간간이 건강에 대한 염려도 보인다. 새해 첫날을 맞아 “새해를 축하하는 세배객이 많았다. 수백명. 10시간 동안 세배 받았다. 몹시 피곤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주력해야겠다. ‘찬미예수 건강백세’를 빌겠다”고 했다. 3월18일치에는 “투석치료, 혈액검사, 엑스레이 검사 결과 모두 양호. 신장을 안전하게 치료하는 발명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리 힘이 약해져 조금 먼 거리도 걷기 힘들다”고 적고 있다. 6월2일치에는 “71년 국회의원 선거시 박 정권의 살해음모로 트럭에 치어 다친 허벅지 관절이 매우 불편해져서 김성윤 박사에게 치료를 받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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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디지털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