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이 건강이 악화되기 직전까지 쓴 100일간의 친필일기 중 일부가 추모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이 일기는 지난 1월1일부터 건강악화로 일기를 못쓰게된 지난 6월4일 전까지 약 100일간 기록한 것이다. 위부터 2009년 1월6일, 1월14일, 5월1일 일기. 2009.8.20 (서울=연합뉴스)
“노 자살 강요된 것”…2009년 일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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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뢰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노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도, 야당을 위해서도, 같은 진보진영 대통령이었던 나를 위해서도 불행"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DJ 측이 21일 공개한 올해 고인의 일기를 보면 DJ는 4월18일자 일기에서 노 전 대통령 일가와 인척, 측근들이 줄지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노 대통령이 사법처리될 모양. 큰 불행"이라며 이같이 우려를 나타내면서 "노 대통령이 잘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5월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자살했다는 보도. 슬프고 충격적"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 "너무도 가혹하게 수사를 했다. 마치 소탕작전을 하듯 공격했다"고 검찰의 여론몰이식 수사 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병을 구속하느니 마느니 등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노 대통령 서거에 대한 거국적인 추모 열기에 대해서는 "국민의 현실에 대한 실망, 분노, 슬픔이 노 대통령의 그것과 겹친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DJ는 85회 생일인 1월6일 일생을 회고,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고 밝혔고, 15일에는 "수많은 박해 속에서도 역사와 국민을 믿고 살아왔다. 앞으로도 생이 있는 한 그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DJ측 최경환 비서관은 "2008년과 2009년 1월1일부터 6월4일까지 (고인은) 두 해 두권의 일기장을 남겼으며, 오늘 공개한 것은 2009년 일기장의 일부"라며 "김 전 대통령의 생애와 마지막 생각, 국민과 나라 사랑에 대한 마음을 되새기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비판 = DJ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했던 5월29일 일기에서 "이번처럼 거국적인 애도는 일찍이 그 예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앞서 1월 20일에는 용산 참사 과잉진압 논란과 관련, "참으로 야만적 처사"라며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고 술회했다.
1월17일 일기에선 `다시 한번 대통령 해달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다시 보고 싶다' 등 자신의 신년 외신기자 클럽 기자회견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을 소개하며 "댓글을 볼 때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며 "몸은 늙고 병들었지만 힘닿는 데까지 헌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1월16일에는 "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자기만은 잘 대비해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전철을 밟거나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고 했다.
◇盧 서거 = 4월18일 일기에는 노 전 대통령 주변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큰 불행"이라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담겼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5월23일 일기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슬프고 충격적"이라는 비통한 심경과 함께 "검찰이 마치 소통작전을 하듯 공격하고 언론플레이를 했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풀어냈다.
5월24일 일기에선 측근인 박지원 의원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살았고 국민은 그를 사랑해 대통령까지 시켰으니 국민이 바라는대로 국민장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가족들을 설득한 뒷얘기도 소개됐다.
◇대북 관계-클린턴 부부와의 만남 = 그는 5월25일 일기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과 관련, "참으로 개탄스럽다", "절대 용납해서는 안된다"면서도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서도 "북의 기대와 달리 대북 정책 발표를 질질 끌었다"며 "이러한 미숙함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 핵실험을 강행하게 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북한 동향과 관련, "6자 회담 복구하되 그 사이에 미국과 일대일 결판으로 실질적인 합의를 보지 않겠는가 싶다"(5월25일)고 내다봤다.
DJ는 또한 지난 2월과 5월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전화통화를 언급, "나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표명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방한 중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만찬을 함께 한 5월18일 일기에서는 "우리의 대화는 진지하고 유쾌했다"며 "언제나 다정한 친구"라고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날 일기에는 DJ가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부인인 힐러리 국무장관에게 보내는 문서 등 대북 정책 조언이 담긴 메모를 전달했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인간적 면모 = 그는 설날인 1월26일 "가난한 사람들, 임금을 못받는 사람들, 주지 못한 사람들, 그들에게는 설날이 큰 고통"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생애 마지막 고향 방문길이 돼버린 하의도 방문에 대해 "모교 어린이들의 활달하고 기쁨에 찬 태도에 감동했다", "행복한 고향방문이었다"고 행복해 하는 내용(4월24일), "꽃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며 동교동 자택 마당에 핀 영산홍과 철쭉꽃을 소개하는 내용(5월1일) 등도 담겨 있다.
앞서 DJ는 2월17일 명동성당에 안치된 고(固) 김수환 추기경 시신 앞에 조문한 뒤 "평소보다 더 맑은 얼굴 모습이었다"며 "역시 위대한 성직자의 사후 모습이구나 하는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hanksong@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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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j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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