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추모시] 금강산 건봉사 불이문 앞에서 그대 부음을 듣고 / 정희성

등록 2009-08-20 19:08

정희성/시인
정희성/시인
서둘러 그대를 칭송하지 않으리
이승의 잣대로 그대를 잴 수야 없지
그대는 나에게 한이고 아쉬움
이 아쉬움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이지만
그대는 처음 죽는 사람도 아니고
이 더러운 현대사 속에서
이미 여러 번 살해당한 사람
나는 전쟁통에도 불타지 않은
금강산 건봉사 불이문(不二門)에 이르러
그대의 마지막 부음을 듣는다
둘이 아니라면 하나
하나도 못 된다면 반쪽이지
통일의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한데
걸어온 길이 뒤집히는 꼴을 보면서
그대는 기어이 등을 보이는구나
아아 노여움을 품고
한 시대가 이렇게 가는 거지!
누가 와서 내 가슴 쓸어주었으면!
사명대사 동상과 만해 시비(詩碑)앞에 서서
나라 사랑 못 느낄 자 누구랴마는
나는 별수 없는 떠돌이 시인
그대가 끝까지 귀를 열고 기다렸을
좋은 소식 전해주지 못한 채
고성 외진 바닷가에 이르러
마시던 술을 바다에 쏟아버린다
그대여 이 경박 천박한 세상 말고
개벽세상에나 가 거듭 나시라

정희성/시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박선영 ‘전두환 옹호’ 책 65권 반납한 진화위 직원들 1.

[단독] 박선영 ‘전두환 옹호’ 책 65권 반납한 진화위 직원들

‘내란 선동 혐의’ 전광훈 수사 경찰, 특임전도사 2명 참고인 조사 2.

‘내란 선동 혐의’ 전광훈 수사 경찰, 특임전도사 2명 참고인 조사

긴장감 높아지는 인권위…군복 패션에 방패 든 윤석열 지지자 집결 3.

긴장감 높아지는 인권위…군복 패션에 방패 든 윤석열 지지자 집결

봉준호 “해외 배우들, 계엄 뭔 일이냐 연락 와…황당하고 초현실적” 4.

봉준호 “해외 배우들, 계엄 뭔 일이냐 연락 와…황당하고 초현실적”

정규재 “윤석열 보호 외치는 TK…썩은 양반 계급으로 회귀 중” 5.

정규재 “윤석열 보호 외치는 TK…썩은 양반 계급으로 회귀 중”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