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인자했던 분...입원 직전 잠옷 맡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18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박병선(67)씨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세탁물을 다리며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지만 얼굴엔 슬픔이 가득했다.
박씨는 1977년 동교동으로 이사와 세탁소 문을 연 이래 청와대 5년과 1980년대 가택연금 기간을 제외하고는 30년간 줄곧 김 전 대통령 내외의 세탁물을 책임져 왔다.
박씨는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지만,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또 한 명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며 애통해했다.
그는 "오늘 오전 김 전 대통령의 비서가 찾아와 (대통령이) 조금 더 계실 것 같다고 해 이처럼 갑자기 서거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새벽에 세브란스병원에 갈 일이 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병실에라도 한번 들러볼 것을…"이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세탁물을 가지러 김 전 대통령 자택에 수없이 드나들었다는 박씨는 지난 30년간 김 전 대통령과 변변한 대화를 나눠보진 못했지만, 늘 미소가 가득한 인자한 얼굴을 떠올렸다.
박씨는 "대통령께서 워낙 과묵하셔서 별다른 대화는 없었지만 찾아갈 때마다 웃음 가득한 얼굴로 '수고하십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반갑게 맞아줘 좋은 인상을 가졌다"라고 회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병세 악화로 지난달 13일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 박씨에게 '잠옷'을 맡겼는데 결국 그것이 마지막 세탁물이 되고 말았다. 이 잠옷은 김 전 대통령이 쾌차하면 병원에서 환자복 대신 입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영원히 이 나라의 큰 어른으로 남을 그분이 다음에는 고통 없는 세상에서 사셨으면 좋겠다"며 김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했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 전 대통령은 병세 악화로 지난달 13일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 박씨에게 '잠옷'을 맡겼는데 결국 그것이 마지막 세탁물이 되고 말았다. 이 잠옷은 김 전 대통령이 쾌차하면 병원에서 환자복 대신 입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영원히 이 나라의 큰 어른으로 남을 그분이 다음에는 고통 없는 세상에서 사셨으면 좋겠다"며 김 전 대통령의 영면을 기원했다. 전성훈 기자 cielo78@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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