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상속 거부하자…30년 길러준 은혜 원수로 갚아
경마 도박에 빠진 양아들이 어머니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7일 청부업자를 동원해 어머니 유아무개(70)씨를 살해하고 유산을 가로챈 혐의(강도살인)로 아들 이아무개(34)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씨의 의뢰를 받고 어머니 유씨를 살해한 혐의로 박아무개(31)씨 등 2명의 영장도 함께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자신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어머니를 해치기 위해 박씨 등에게 1억3천여만원을 주고 모친을 살해해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박씨가 인터넷에 올린 ‘시키는 일은 다 해주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보고 박씨와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 등은 이씨한테서 돈을 받은 뒤 지난해 5월 초 새벽 4시께 경기 성남시의 유씨 집에 침입해 아침 운동을 끝내고 돌아온 유씨의 얼굴을 비닐로 덮어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은 “아들 이씨가 평소 사설 경마에 빠져 유씨에게 계속 돈을 요구하자, 유씨가 ‘경마에 재산을 탕진하니 차라리 유산을 모두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했다”며 “이씨가 이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범행 뒤 20억원 가량의 유산을 상속받았으나, 이 가운데 15억5천여만원을 사설 경마장에서 탕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갓난아기 때 유씨에게 입양된 양자였던 이씨는 대학시절 경마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마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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